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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칼럼

오늘 기분 어떠세요?(글 : 안영환 원장 / 한침한의원) 氣分 : 마 음에 생기는 유쾌(愉快)ㆍ불쾌(不快)ㆍ우울(憂鬱) 따위의 주관적이고 단순한 감정 상태. "오늘 기분 어떠세요?" 우리가 자주 쓰는 말 중에 기분이라는 말이 있지요. 근데 이 기분이라는 말은 한의학적인 용어입니다. 기분(氣分), 즉 ‘氣에 해당하는 부분’을 뜻하는데 반대되는 말로는 혈분(血分)이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은 조금 생소하시죠? 화를 내면 기가 위로 올라가고(怒則氣上), 생각을 많이 하면 기가 뭉치게 되고(思則氣結), 놀라게 되면 기운이 깎여나가게 되고(驚則氣削), 기쁘면 기운이 완만해집니다(喜則氣緩).

흔히 기(氣)라고 하면 거창한 무엇인가를 떠올리실 겁니다. 기공, 단전호흡이나 어떤 특수한 수련을 통해서만 할 수 있는 눈에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다스리는 기술 같은 것을 연상하실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기는 그냥 쉽게 기분이라고 이해하시는 것이 더 바람직합니다. 그리고 이 기분에 따라서 기의 방향성이 달라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화를 내면 기가 위로 올라가고(怒則氣上), 생각을 많이 하면 기가 뭉치게 되고(思則氣結), 놀라게 되면 기운이 깎여나가게 되고(驚則氣削),기쁘면 기운이 완만해집니다(喜則氣緩). 중국 금원사대가로 유명했던 장자화가 어느 귀족 부인의 병을 치료해준다고 그 집에 한 달 여 동안 식객으로 있으면서 호사를 누리고서 치료는 해주지 않고 도망을 갔다고 합니다. 이 부인이 화가 나서 저 놈 잡으라고 호통을 치다가 피를 토한 뒤에 병이 깨끗하게 나았다는 일화가 있습니다. 기운이 너무 처져있어 기운을 끌어올리기 위하여 일부러 화를 내게 만든 것입니다. 사실 기쁜 것 빼고는 기분이 한쪽으로 치우치게 되었을 때, 병이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중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우울’입니다. 동의보감을 보면 이런 말이 있습니다. “근심하고 걱정하면 기가 폐색하여 운행하지 않으니, 대개 걱정을 하면 양기가 막히고 기맥이 끊어져서 상하가 통하지 않으며, 기가 안에서 굳어져서 대소변이 나가지 못한다.” 어떠세요? 느낌이 오시나요? 사실 저는 이런 환자분들을 하루에도 여러 명 만납니다. 우울증이 꼭 정신과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야만 우울증이 되는 것이 아니고 우울한 감정과 친하게 지내면 기분에 따른 기운의 방향성 때문에 이런 증상이 나타나게 되는 것입니다. 우울한 기분을 느끼지 않는 사람은 없지만, 너무 한쪽으로만 치우치다보면 위와 같은 상태까지 가게 되는 것이지요. 우울 증세를 보이는 분들은 당연히 몸에 힘이 없고, 소화도 잘 안되고, 입맛도 별로 없고, 몸도 붓고, 팔다리에 힘도 없습니다. 그리고 만사가 다 귀찮게 됩니다. 자신의 ‘기분’을 한 번 잘 살펴보세요. 처음에는 단순하고 가벼운 생각들도 머릿속에서 한참 동안 굴리다보면 생각과 감정이 뒤엉켜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어느새 멈추고 싶어도 멈출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됩니다. 그리고 기분은 전이가 잘 되는 성질이 있어 우울한 사람과 함께 있으면 덩달아 우울해집니다. 우울한 음악도 계속 듣고 있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기분이 우울해 질 수 있습니다. 우울한 분위기(雰圍氣)에 휩쓸리게 되는 것입니다. 그렇지만 잘 생각해보면, 감정이나 기분은 내가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너무 커져버려서 감당하기 힘들다면, 감당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기분 전환이라는 멋진 말이 있습니다. 그냥 전환시켜버리면 됩니다. 다른 생각을 하시고 다른 기분으로 만들어버리면 되는 겁니다. 그게 쉽게 잘 되지 않는다면 주변 환경, 즉 분위기를 바꾸는 게 도움이 됩니다. 우울하거나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리게 하는 물건이나 환경 등은 다 치워버리고, 만나면 기분 좋아지는 친구들을 만나고 신나는 음악을 들어보세요.

당장 직면한 기분이 너무 싫다면 분위기를 바꿔 다른 기분을 만들고, 그것에 다시 집중하면 됩니다. 기가 쳐져있으면 올려주고, 뭉쳐있으면 퍼뜨려주면 되는 것이지요. 이 글을 읽으시는 모든 분들은 어렵고 심각하게 생각하지 마시고, 조금 단순하게 생각을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마치 어린 아이처럼 감정이 쉽게 왔다갔다 하고 금방 기분이 전환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래서 언제나 기분 좋은 상태를 유지했으면 좋겠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기운이 좋아지고, 기운이 좋아지면 내 몸이 좋아집니다. 몸이 살아나는 게 느껴지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