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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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을 말한다

유족연금이 맺어준 귀한 우정(글 : 조 ◯ ◯ / 2013년 국민연금 수급자 생활수기 공모전 에피소드 부문 최우수상)

“엄마, 경훈이가 토요일에 도서관에 가서 공부하자는데 가도 되죠? 이번 기말고사는 성적이 좀 오르겠는데?” 아들은 친구와 열심히 문자 메시지를 주고 받더니 빙그레 웃으면서 내게 물어본다. “도서관에 가자는 친구도 있고 울 아들 정말 좋은 친구 만났네. 그래, 점심값 두둑이 줄게.”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옛말이 있듯 집 밖을 나가기 싫어하던 아들이 친구따라 도서관을 다 가다니!! 해가 서쪽에서 뜰 일이다.

자상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은 슬픔과 절망의 고통 속에서 방황을 했다. 그 방황의 절벽 끝에서 희망을 준 친구가 경훈이다. 질풍노도 사춘기 아들에게 귀한 우정의 다리를 맺어준 국민연금은 상처받은 열 세 살 인생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아들이 경훈이를 알고부터 예전보다 조금씩 조금씩 밝고 긍정적인 아이로 변화되는 모습은 눈물겹도록 고맙다. 경훈이를 알게 된 것은 아들 인생에서 기적같은 행운이다. 자상한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아들은 슬픔과 절망의 고통 속에서 방황을 했다. 그 방황의 절벽 끝에서 희망을 준 친구가 경훈이다. 질풍노도 사춘기 아들에게 귀한 우정의 다리를 맺어준 국민연금은 상처받은 열세 살 인생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삼년 전, 유족연금을 받고 있는 우리집에 국민연금공단에서 ‘ECO 친환경 녹색캠프’ 초대장이 왔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부쩍 말수도 줄고 더 내성적인 아들은 물론 안 간다고 했다. 다른 집 아이들은 여름방학이면 어학 연수, 영어 캠프, 체험학습 한다고 바쁜데 휴가조차 갈 수 없는 형편이라 아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그래서 녹색캠프 초대장이 더욱 고맙고 절실했다. 친환경에 대한 다양한 체험도 하고 2박 3일 동안 동병상련의 아이들과 부대끼면서 아들이 좀 더 밝아졌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사별 후 생활이 어려워져서 친정집에 들어가게 되었고, 전학 간 아들은 친구가 거의 없었다. 이렇게 낯가림이 심한 아들을 몇 날 며칠 겨우겨우 설득시켜 캠프에 가기로 했다. 2010년 7월, 시청 앞에서 캠프 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날도 내내 내키지 않는 듯 시무룩한 표정으로 서있는 아들 손을 잡아주었다. 몇몇 아이들과 학부모가 모이기 시작하는데 저쪽에서 “어! 너 진석이 아니가?” 아들은 놀라 눈이 동그래졌다. 경훈이는 같은 반의 봉사위원이었다. 그 옆에 경훈이 엄마쯤으로 보이는 여자 분이 내게 인사를 했다. “ECO 캠프 가시나봐요? 우리 아이도 캠프가요. 아는 아이가 아무도 없는 줄 알았는데 같은 반 친구를 만나서 정말 잘 됐네요.” ECO캠프는 국민연금의 장애연금과 유족연금을 받는 가정의 자녀들만 가는 특별한 행사였다. 즉, 경훈이네도 연금을 받는 가정인 것이다. 나는 반갑다가도 한편으로는 전학 와서 아무에게 얘기 하지 않은 비밀을 들킨 것 같아서 내심 불편했다. 그래도 아들은 활달하고 싹싹한 경훈이를 보더니 조금은 안심을 하는 듯했고, 둘은 금방 친해져서 버스에 탔다. 2박 3일이 지난 후, 시청 앞으로 마중 나갔을 때 경훈이 엄마를 다시 만났다. “지난 번에는 좀 당황스러웠죠? 우리 경훈이는 일곱 살 때 아버지가 현장사고로 돌아가셨어요. 동네 사람들이 장례식에 많이 와 주셨고 경훈이 친구들도 문상을 와서 자연스럽게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였어요

"비록 남편은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그동안 성실히 낸 200개월 국민연금이 이젠 유족연금이 되어 우리 가정을 든든히 지켜준다"

워낙 개구쟁이였던 경훈이는 이제 철이 드는지 아버지처럼 멋진 엔지니어가 되고 싶다고, 이제 자기가 엄마 보호자라고 오히려 더 씩씩해졌어요. 진석이는 전학와서 잘 모를 거예요. 한 부모 가정은 어려운 일이 많이 생겨도 어디 하소연 할 데가 없어요. 우리라도 서로 얘기하고 돕고 살아요.” 경훈이 엄마가 내 손을 잡고 얘기하는데 그동안 설움과 고마움에 콧잔등이 시큰거렸다. 그때 아이들이 탄 버스가 도착했다. ECO가 적힌 노란 티를 입은 아들이 종이로 만든 가방을 흔들며 밝게 웃으면서 달려왔다. 맨발로 숲을 걸으면서 느꼈던 느낌, 페트병과 숯, 자갈로 정수기도 만들고 고추 모종도 심었다고 자랑을 늘어놓았다. 아들은 나뭇가지로 만든 책을 보여주면서 어젯밤에는 촛불 켜놓고 엄마 생각하는데 눈물이 찔끔 났다고 했다. 아들에게는 캠프에서 배운 친환경에 대한 많은 지식과 체험도 소중했지만 무엇보다 동병상련의 경훈이를 만난 것이 힐링이었다. 세상에 혼자만 아픔이 있는 것이 아니란 사실에 용기가 났나보다. 아버지가 없는 빈 공간을 더 열심히 공부해서 채우자며 둘은 다짐했다고 한다. 나 또한 어려운 일이 생겼을 때 누구보다 좋은 상담을 해주는 인생 선배, 멘토가 되어주는 경훈이 엄마를 만나 너무 감사하다. 비록 남편은 사고로 돌아가셨지만 그동안 성실히 낸 200개월 국민연금이 이젠 유족연금이 되어 우리 가정을 든든히 지켜준다. 매년 물가만큼 연금액도 인상해주는 고마운 적금. 남편이 낸 국민연금 덕분에 아들에겐 좋은 친구, 나에게는 인생의 멘토가 생겼다. 전업주부로 살던 나도 직장생활을 하면서 매달 국민연금을 넣고 있다. 국민연금은 물질적으로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우리 삶의 윤활유가 되었다. 때론 가까운 가족에게조차 아픔을 말할 수 없을 때, 아픔을 나누고 치유 받을 수 있는 멘토가 있다는 것에 감사한다. 국민연금이 맺어준 귀한 인연 덕분에 상처투성이 삶이 조금씩 조금씩 힐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