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S 다이어리
아빠의 선물
글 명은진
첫째의 유치원 졸업식을 며칠 앞둔 어느 날, 평소처럼 아침 출근 알람 소리인 줄 알고 확인한 전화는 2주 전,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갔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위독하다는 전화였습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삼 남매를 데리고 남편이 있다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남편에게 달려가는 3시간이 3년, 아니 30년처럼 느껴지고 있을 때쯤 걸려온 경찰관님의 전화 한 통은 그 모든 희망을,
그나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게 했습니다.
“경찰서 오실 때 사망진단서랑 사체검안서 가지고 오셔야 돼요.”
“네? 저희 남편 아직 안 죽었어요.”
“모르셨어요? 아직 못 들으셨나요?
가족분한테 말씀드렸다던데... 7시 30분에...”
남편에게 가는 동안 살아만 있어 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우리가 출발한 시간에 나도, 아이들도 못 보고 떠나버렸다는 남편이 그 순간만큼은 너무 미웠습니다. 남편도 원래 출근 시간이 아니었으나 첫째 유치원 졸업식 날 쉬기로 해서 새벽에 추가 연장근무를 신청했다가 출근길에 사고가 난 것이었기에 제 가슴은 더 미어졌습니다.
처음엔 첫째의 유치원 졸업식을 가지 않기로 했었는데 어쩌면 그곳에 가기 위해 마지막까지 달렸을 남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엄마~ 아빠가 하늘에서 보고 있을 테니까 잘할게.”
이 말을 하며 아빠 곁에 있느라 연습도 못 하고 마음도 다친 아이가 너무도 씩씩하게 걸음을 내딛는 모습에 울컥 울음이 쏟아져 버렸습니다. 제일 앞에 서서 친구들과 율동도 하고, 졸업증서도 씩씩하게 잘 받아와 오히려 걱정이었을 때쯤 마지막 곡으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를 불렀습니다.
그때 우리 아이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입니다.
남편이 없는 우리 집. 너무 싫고 무섭기까지 한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어서 정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제가 태어난 고향인 부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고향으로 이사를 와서 마음은 안정이 되는 듯했으나 현실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봐줄 사람도 없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는 부업을 하면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는 그래도 남아있던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남겨준 소중한 돈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고 최대한 절약하자 했었는데 나가는 돈은 있는데 버는 돈이 없으니 사실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거지요.
초등학생이 되어 이곳저곳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니 다 따라 하고 싶지만 모든 걸 다 해 줄 수 없는 엄마. 그런데 그걸 아는 것처럼 무작정 떼쓰지 않는 아이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고 아팠답니다.
그러던 중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태권도를 다시 다니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마음은 보내주고 싶었으나 직장도 다니지 않는데 한 달에 20만 원이 넘는 학원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아이에게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 아이들이 마음 아파서였을까요?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유족연금이 될 것 같으니 공단에 서류를 들고 와서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유족연금?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검색을 해보니 국민연금 납입 중 사망한 사람의 가족에게 연금이 지급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이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것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었습니다.
일단 필요하다는 서류를 들고 찾아가니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담당자님.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더 마음이 쓰이신다며 유족연금이 지급되려면 4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어야 하는데 일단 3개는 해당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개는 될 것 같다고, 꼭 될 거라고 두 번, 세 번 확인해주셨습니다.
한 번 지급으로 끝나는 일시금이 아닌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환하게 웃으며 말씀해 주시던 부산 북부지사 담당자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납입기간 3개월 정도의 차이로 유족연금 지급을 받을 수 있다며,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서 선물을 남겨 준거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날 뻔한 걸 겨우 참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바로 아이들 태권도 학원을 등록해 주었습니다.
담당자님이 말씀했던 아빠의 선물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거든요. 아이들한테도 태권도 학원에 보내주면서 말했어요.
“태권도 학원은 아빠가 하늘에서 보내주는 선물이야~” 그랬더니 착한 우리 삼 남매는 “우리 아빠 최고”를 외쳤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 돈을 모으면 더 좋겠지만 아빠가 없는 빈자리, 아이들이 어린 지금 아빠가 남겨준 선물로 아이들의 행복만큼 더 큰 것이 있을까요? 하늘에서 보고 있는 남편도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것 같아요.
어떤 직장인보다 열심히 일했고, 어떤 남편보다 저를 아껴줬고, 어떤 아빠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어떤 사람보다 수고한 당신 이제 그만 편히 쉬어요.
다른 지역으로 일을 하러 갔던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위독하다는 전화였습니다.
믿을 수 없었지만 삼 남매를 데리고 남편이 있다는 병원으로 갔습니다.
남편에게 달려가는 3시간이 3년, 아니 30년처럼 느껴지고 있을 때쯤 걸려온 경찰관님의 전화 한 통은 그 모든 희망을,
그나마 잡고 있던 이성의 끈을 놓아버리게 했습니다.
“경찰서 오실 때 사망진단서랑 사체검안서 가지고 오셔야 돼요.”
“네? 저희 남편 아직 안 죽었어요.”
“모르셨어요? 아직 못 들으셨나요?
가족분한테 말씀드렸다던데... 7시 30분에...”
남편에게 가는 동안 살아만 있어 달라고 그렇게 빌었는데 우리가 출발한 시간에 나도, 아이들도 못 보고 떠나버렸다는 남편이 그 순간만큼은 너무 미웠습니다. 남편도 원래 출근 시간이 아니었으나 첫째 유치원 졸업식 날 쉬기로 해서 새벽에 추가 연장근무를 신청했다가 출근길에 사고가 난 것이었기에 제 가슴은 더 미어졌습니다.
처음엔 첫째의 유치원 졸업식을 가지 않기로 했었는데 어쩌면 그곳에 가기 위해 마지막까지 달렸을 남편이었을 거라는 생각이 들어 참석하기로 하였습니다.
“엄마~ 아빠가 하늘에서 보고 있을 테니까 잘할게.”
이 말을 하며 아빠 곁에 있느라 연습도 못 하고 마음도 다친 아이가 너무도 씩씩하게 걸음을 내딛는 모습에 울컥 울음이 쏟아져 버렸습니다. 제일 앞에 서서 친구들과 율동도 하고, 졸업증서도 씩씩하게 잘 받아와 오히려 걱정이었을 때쯤 마지막 곡으로 ‘엄마, 아빠 사랑해요’를 불렀습니다.
그때 우리 아이의 눈에서 떨어지는 눈물이 절대 잊히지 않는 기억입니다.
남편이 없는 우리 집. 너무 싫고 무섭기까지 한 이곳을 하루빨리 떠나고 싶어서 정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제가 태어난 고향인 부산으로 이사를 왔습니다.
고향으로 이사를 와서 마음은 안정이 되는 듯했으나 현실 세계는 호락호락하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을 봐줄 사람도 없고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저는 부업을 하면서 생활하게 되었습니다.
1년 정도는 그래도 남아있던 돈으로 아이들을 키우는 데 별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았습니다.
남편이 남겨준 소중한 돈으로 아이들과 함께 살 집을 마련하고 최대한 절약하자 했었는데 나가는 돈은 있는데 버는 돈이 없으니 사실 점점 힘들어지는 것은 당연한 거지요.
초등학생이 되어 이곳저곳 학원에 다니는 친구들을 보니 다 따라 하고 싶지만 모든 걸 다 해 줄 수 없는 엄마. 그런데 그걸 아는 것처럼 무작정 떼쓰지 않는 아이들. 그래서 더 마음이 쓰이고 아팠답니다.
그러던 중 어렸을 때부터 다녔던 태권도를 다시 다니고 싶다는 아이의 말에 마음은 보내주고 싶었으나 직장도 다니지 않는데 한 달에 20만 원이 넘는 학원비를 감당할 자신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조금만 더 생각해보자고 아이에게 미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런 우리 아이들이 마음 아파서였을까요?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 유족연금이 될 것 같으니 공단에 서류를 들고 와서 확인해 보라는 것이었습니다.
유족연금? 처음 들어보는 단어에 검색을 해보니 국민연금 납입 중 사망한 사람의 가족에게 연금이 지급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남편이 국민연금에 오래 가입한 편이 아니라고 생각했기에 이런 것이 남아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도 못했었습니다.
일단 필요하다는 서류를 들고 찾아가니 너무도 친절하게 설명해 주시는 담당자님.
우리 아이들이 너무 어려서 더 마음이 쓰이신다며 유족연금이 지급되려면 4가지 조건 중 하나라도 해당이 되어야 하는데 일단 3개는 해당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한 개는 될 것 같다고, 꼭 될 거라고 두 번, 세 번 확인해주셨습니다.
한 번 지급으로 끝나는 일시금이 아닌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며 환하게 웃으며 말씀해 주시던 부산 북부지사 담당자님을 아직도 잊을 수가 없습니다.
납입기간 3개월 정도의 차이로 유족연금 지급을 받을 수 있다며, 아빠가 아이들을 위해서 선물을 남겨 준거라고 말씀해 주시는데 그 자리에서 눈물이 날 뻔한 걸 겨우 참았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바로 아이들 태권도 학원을 등록해 주었습니다.
담당자님이 말씀했던 아빠의 선물이라는 단어가 생각이 났거든요. 아이들한테도 태권도 학원에 보내주면서 말했어요.
“태권도 학원은 아빠가 하늘에서 보내주는 선물이야~” 그랬더니 착한 우리 삼 남매는 “우리 아빠 최고”를 외쳤습니다.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 그 돈을 모으면 더 좋겠지만 아빠가 없는 빈자리, 아이들이 어린 지금 아빠가 남겨준 선물로 아이들의 행복만큼 더 큰 것이 있을까요? 하늘에서 보고 있는 남편도 잘했다고, 잘하고 있다고 말해줄 것 같아요.
어떤 직장인보다 열심히 일했고, 어떤 남편보다 저를 아껴줬고, 어떤 아빠보다 아이들을 사랑했고, 어떤 사람보다 수고한 당신 이제 그만 편히 쉬어요.
* 지면 관계상 원본을 다 싣지 못하고 요약된 내용을 제공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