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사람들
달콤한 고구마,
당찬 청년농부
당찬 청년농부
강보람·강보람고구마 대표
직업이 뭐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당당하게 ‘농부’라고 말할 수 있기까지 강보람 대표에게도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지금은 청년농부가 대세라지만 그녀가 처음 농부가 되겠다고 했을 때만 해도 “여자가 무슨 농사야”, “취업이 안됐나 봐”, “공부를 못했나 보다” 등등 선입견 담긴 말들이 많았다. 누군가는 실패를 청춘의 특권이라고도 말한다. 몇 번을 주저앉았다가 다시 일어서기를 반복, 한 해 한 해 성장통을 겪으며 그녀는 모두에게 인정받는 청년농부로 성장했다.
시골 소녀의 칠전팔기
처음 강보람 대표에게 농부의 길을 권유한 것은 다름 아닌 그녀의 부모님이었다. 어려서 아토피를 심하게 앓았던 그녀를 위해 부모님은 서울 생활을 접고 물 좋고 산 좋은 김제에 들어와 고구마 농사를 짓고 있었다. 귀농에 담겨 있는 여러 가지 의미를 모두 이해하기에 강보람 대표는 어린 나이였고, 그저 동생들과 색다른 시골생활을 마음껏 즐겼다. 부모님의 직업, 농업에 대한 회의감이 들기 시작한 건 중학교 진학 이후. 흙이 묻은 신발을 신고 트럭을 타고 시내에 있는 중학교로 등교를 하면서 학급의 친구들과 자신을 비교하기도 했고, 또 시골에 산다고 짓궂게 놀리는 친구들도 간혹 있어 적응하기 어려웠다.
어느 해 겨울, 폭설로 고구마를 저장했던 하우스가 무너지면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동안 힘들게 이루어왔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가족에게 남게 된 것은 엄청난 빚뿐이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강보람 대표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국비지원이 되는 ‘한국농수산대’ 진학을 권유했다.
“여자가 무슨 농대를 가냐고 엄청 반발했어요. 농사를 짓다가 이렇게 망했는데, 저보고 농대를 가라고 하시니까요.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농업에 희망이 있는데 귀농해서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만 짓다가 실패를 한 것 같다면서, 전문적으로 농업을 배워서 농업경영을 해보라고 권하시는 거예요. 물론 저는 단호하게 ‘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강력하게 반대했죠.”
완강했던 강 대표의 결심을 꺾은 건 고구마였다. 유난히 고구마를 좋아했던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간식으로 먹기 위해 매일같이 고구마를 쪄서 가지고 등교했다. 하루 3개씩 가져가던 고구마가 친구들과 나눠 먹다보니, 5개, 10개로 늘어났고 어느 날 보니 가방에 책은 없고 고구마만 가득 넣은 채 등교를 하고 있었다. “반에 고구마 열풍이 불어서 아이들이 너도나도 고구마를 싸 왔는데 우리 집 고구마만큼 맛있는 고구마가 없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들이 고구마를 구매하고 싶다고 저에게 고구마 판매를 권유하셨지만, 당시에는 팔 방법이 없어서 주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강 대표에게 발상의 전환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패션 분야를 중심으로 온라인을 이용한 인터넷 쇼핑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녀 역시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를 인터넷으로 팔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농업에 대한 마음의 문이 조금 열렸다고나 할까요?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 길로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냈어요. 부모님이 권유하셨던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도 했고요.”
대학에 진학만 하면 ‘농부’가 되는 줄 알았던 강보람 대표. 그곳에서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기가 죽기도 했고,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찾아왔다. “농사가 단지 고구마만 좋아한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고, 자퇴를 결심했죠. 그때 부모님이 잡아주셨어요. 시작하자마자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만류하셨어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그녀에게 아버지는 고구마 연구소에서의 실습을 추천하셨다. 그곳에서 보낸 일 년의 시간이 지금의 청년농부 강보람을 있게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작물에 대해 배웠다면, 고구마 연구소에서는 정말 고구마에 대해서만 배웠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고구마는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 2개 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연구소에 와보니까 국내품종은 60개, 해외 품종은 300여 가지나 되더라고요. 고구마에 대한 신세계가 열린 거죠.”
강 대표는 연구소에서 실습 중 접한 ‘꿀 고구마’ 품종을 부모님께 추천했고, 과감하게 재배에 도전했다. 지금은 꿀고구마가 많이 보급되었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지역에서 최초로 꿀 고구마를 도입한 것이었다. 결과는 대 성공. 다음 해 꿀 고구마 열풍이 불면서 많은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 정말 대단한 결정을 내려주신 거였어요. 농가에서 생산하는 주요 작품의 품종을 바꾸는 것은 한 해 농사 전부를 걸고 도전하는 모험인데, 부모님께서는 제 말 한마디에 모험을 하셨던 거죠.”
어느 해 겨울, 폭설로 고구마를 저장했던 하우스가 무너지면서 어려움이 찾아왔다. 그동안 힘들게 이루어왔던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사라지고 가족에게 남게 된 것은 엄청난 빚뿐이었다.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와중에 강보람 대표의 부모님은 그녀에게 국비지원이 되는 ‘한국농수산대’ 진학을 권유했다.
“여자가 무슨 농대를 가냐고 엄청 반발했어요. 농사를 짓다가 이렇게 망했는데, 저보고 농대를 가라고 하시니까요. 그런데 부모님께서는 농업에 희망이 있는데 귀농해서 제대로 된 정보도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농사만 짓다가 실패를 한 것 같다면서, 전문적으로 농업을 배워서 농업경영을 해보라고 권하시는 거예요. 물론 저는 단호하게 ‘농사는 짓지 않겠다’고 말씀드리고 강력하게 반대했죠.”
완강했던 강 대표의 결심을 꺾은 건 고구마였다. 유난히 고구마를 좋아했던 그녀는 고등학교 시절 야간자율학습 시간에 간식으로 먹기 위해 매일같이 고구마를 쪄서 가지고 등교했다. 하루 3개씩 가져가던 고구마가 친구들과 나눠 먹다보니, 5개, 10개로 늘어났고 어느 날 보니 가방에 책은 없고 고구마만 가득 넣은 채 등교를 하고 있었다. “반에 고구마 열풍이 불어서 아이들이 너도나도 고구마를 싸 왔는데 우리 집 고구마만큼 맛있는 고구마가 없었어요.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은 부모님들이 고구마를 구매하고 싶다고 저에게 고구마 판매를 권유하셨지만, 당시에는 팔 방법이 없어서 주문을 받지 못했습니다.”
이 작은 에피소드는 강 대표에게 발상의 전환을 주는 계기가 되었다. 당시 패션 분야를 중심으로 온라인을 이용한 인터넷 쇼핑물이 등장하기 시작했고, 그녀 역시 ‘이렇게 맛있는 고구마를 인터넷으로 팔아보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농업에 대한 마음의 문이 조금 열렸다고나 할까요? 그때가 고등학교 3학년이었는데, 그 길로 세무서에 가서 사업자등록을 냈어요. 부모님이 권유하셨던 한국농수산대학에 진학도 했고요.”
대학에 진학만 하면 ‘농부’가 되는 줄 알았던 강보람 대표. 그곳에서도 슬럼프는 찾아왔다. 남학생들 사이에서 기가 죽기도 했고, 이 길이 정말 내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계속 찾아왔다. “농사가 단지 고구마만 좋아한다고 될 일이 아니구나 싶었어요. 고민을 많이 했고, 자퇴를 결심했죠. 그때 부모님이 잡아주셨어요. 시작하자마자 그만두는 것은 아니라고 만류하셨어요.”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은 그녀에게 아버지는 고구마 연구소에서의 실습을 추천하셨다. 그곳에서 보낸 일 년의 시간이 지금의 청년농부 강보람을 있게 만들었다.
“학교에서는 다양한 작물에 대해 배웠다면, 고구마 연구소에서는 정말 고구마에 대해서만 배웠어요. 그전까지만 해도 고구마는 밤고구마와 호박고구마 2개 밖에 없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연구소에 와보니까 국내품종은 60개, 해외 품종은 300여 가지나 되더라고요. 고구마에 대한 신세계가 열린 거죠.”
강 대표는 연구소에서 실습 중 접한 ‘꿀 고구마’ 품종을 부모님께 추천했고, 과감하게 재배에 도전했다. 지금은 꿀고구마가 많이 보급되었지만, 그 당시에만 해도 지역에서 최초로 꿀 고구마를 도입한 것이었다. 결과는 대 성공. 다음 해 꿀 고구마 열풍이 불면서 많은 빚을 갚을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부모님께서 정말 대단한 결정을 내려주신 거였어요. 농가에서 생산하는 주요 작품의 품종을 바꾸는 것은 한 해 농사 전부를 걸고 도전하는 모험인데, 부모님께서는 제 말 한마디에 모험을 하셨던 거죠.”
나만의 브랜드, 모두를 위한 꿈
학업을 마치고 고향으로 돌아온 강 대표는 본격적으로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 오랜 시간 농사를 지은 부모님의 노하우를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그녀가 집중한 것은 바로 정보와 마케팅이다. “학업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반겨주는 이도 없었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말들 때문에 자존감이 낮아졌어요. 그때 제가 왜 농부가 되려고 했었는지 되돌아봤고,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깨닫게 되었죠.” 그녀의 목표는 바로 농장의 브랜드를 만드는 것이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준비를 이어나갔고, ‘아빠와 딸이 함께 하는 고구마 농장’이라는 콘셉트로 ‘강보람 고구마’ 브랜드를 출시했다. 틈틈이 배워둔 실력으로 쇼핑몰도 직접 만들어 오픈했다.
“오픈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첫 달에 3kg짜리 한 상자 팔았어요. 그다음 달에는 두 상자 팔고요.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 농사일기를 꾸준하게 올렸고, 그것을 본 방송국에서 섭외 연락이 왔어요.” 거절하다가 나간 방송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는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얻었고, 주변의 시선도 우려에서 응원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그녀 역시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을 농부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꿈이 많은 아이였어요. 작가도 되고 싶었고, 연예인도 되고 싶었고 또 선생님도 되고 싶었어요. 농부가 되고 나서 저는 그 꿈을 모두 이룰 수 있었습니다. 농업일기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또 강의도 나가고 있어요. 아직도 신기한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거나 ‘1인 농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제 모습을 보면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답니다.”
현재 강 대표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고구마 원물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도전의 단계이기는 하지만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년농부로서 그녀가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 그녀는 단단한 어조로 “이제 정말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다.
“대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구마 농부가 되자는 것이 꿈이었어요.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고구마가 정말 맛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또 정말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농업이 한 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에요. 정말 특별한 아이디어로 잠시 대박을 터트릴 수는 있지만, 1차 농업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또 기존에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 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정책을 내고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오픈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첫 달에 3kg짜리 한 상자 팔았어요. 그다음 달에는 두 상자 팔고요. 홍보와 마케팅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들었고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블로그에 농사일기를 꾸준하게 올렸고, 그것을 본 방송국에서 섭외 연락이 왔어요.” 거절하다가 나간 방송에서 부모님과 함께 농사를 짓는 그녀의 이야기는 많은 공감을 얻었고, 주변의 시선도 우려에서 응원으로 바뀌었다. 그때부터 그녀 역시 당당하게 자신의 직업을 농부라고 이야기하게 되었다.
“어렸을 때 꿈이 많은 아이였어요. 작가도 되고 싶었고, 연예인도 되고 싶었고 또 선생님도 되고 싶었어요. 농부가 되고 나서 저는 그 꿈을 모두 이룰 수 있었습니다. 농업일기를 쓰는 작가이기도 하고, 또 강의도 나가고 있어요. 아직도 신기한데 이렇게 인터뷰를 하거나 ‘1인 농업 크리에이터’로 활동하는 제 모습을 보면 마치 연예인이 된 것 같답니다.”
현재 강 대표는 홍콩과 싱가포르에 고구마 원물 수출을 진행하고 있다. 아직 도전의 단계이기는 하지만 해외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년농부로서 그녀가 이루고 싶은 꿈은 뭘까. 그녀는 단단한 어조로 “이제 정말 유명한 사람이 되는 것이 꿈”이라고 밝힌다.
“대학교 졸업할 때만 해도 대한민국에서 가장 유명한 고구마 농부가 되자는 것이 꿈이었어요. 지금은 달라졌습니다. 대한민국의 고구마가 정말 맛있다는 것을 전 세계에 알리고, 또 정말 유명한 사람이 되고 싶어요. 사실 농업이 한 순간에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직업이 아니에요. 정말 특별한 아이디어로 잠시 대박을 터트릴 수는 있지만, 1차 농업으로 성공한다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입니다. 농업에 도전하는 청년들에게, 또 기존에 농업에 종사하고 있는 분들에게 도 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어요. 조금 더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청년 농업인을 위한 정책을 내고 바꿀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