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살롱
재즈와 친해지기
우리는 이미 일상에서 재즈에 노출되어 있다. 광고를 비롯해 수많은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 음악에 귀 기울여 보자. 우리는 그렇게 재즈의 곁에서 재즈의 선율에 빠지고 있다. 재즈가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익숙하지가 않아서다. 또 재즈의 종류가 많기도 하다. 그렇다면 재즈는 어떻게 들어야할까. 우리가 대중가요를 들으며 가사를 외워 따라부르는 것처럼, 그저 많이 들으며 익숙해지는 것이 그 첫 번째 지름길이다.
재즈! 쉽게 즐겨보자

Step 1 보컬곡으로 시작하자

재즈는 기본적으로 기악, 즉 악기로 연주되는 음악의 비중이 높다. 그리고 연주자의 즉흥 연주가 주를 이룬다. 그렇기 때문에 초보자는 같은 곡을 다시 듣더라도 기억해내기가 어렵다. 여기에 보컬이 들어간다면, 멜로디를 기억하는 것이 쉬워진다. 그리고 조금만 관심을 갖는다면 제목과 멜로디의 대략적인 흐름도 짐작하게 된다. 우리가 익숙하게 느껴지는 재즈의 멜로디는 대부분 보컬로 들려지는 것들이다. 예를 들어, 루이 암스트롱의 ‘What A Wonderful World’, 빌리 홀리데이의 ‘I’m A Fool To You’, 로라 피지의 ‘I Love You For Sentimental Reasons’, 리사 오노가 부른 ‘I Wish You Love’, 줄리 런던이 부른 ‘Fly Me To The Moon’, 엘라와 루이의 ‘Cheek To Cheek’ 등이 바로 가사와 함께 친근한 멜로디로 기억되고 있는 재즈 보컬의 명곡들이다.

Step 2 명곡 리스트를 만들자

초보자가 들어본 음반은 대부분 ‘재즈 스탠더드(Jazz Standards)’인 경우가 많다. 이는 1930~1950년 뮤지컬, 영화 등을 통해 발표된 곡으로, 재즈 연주자들이 즐겨 연주하는 인기곡을 뜻한다. 특히 재즈 연주자는 주로 재즈 스탠더드를 자신의 스타일로 재해석하여 연주하는 것을 즐기며, 색다른 해석을 추구하고자 한다. 재즈 스탠더드를 모아놓은 악보집 <리얼 북(Real Book)>에 담긴 악보는 한 장밖에 되지 않을 정도로 무척 단순하지만, 연주자들은 이를 변주, 변형하여 전혀 다른 음악을 만들어내곤 한다. 그렇기에 재즈 스탠더드의 기본 멜로디를 익히고 있다면, 즉흥 연주의 흐름을 쫓아 변화의 폭을 이해하기에 용이하다. 또한 연주자가 만든 창작곡도 자연스레 즐길 수 있는 기준이 된다. 그렇기에 자신만의 재즈 명곡 20선을 선정하여, 반복해서 감상하라. 이렇게 보컬 곡으로 시작하여, 다양한 연주 버전을 들으며 지평을 넓혀가면 된다.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귀에 익은 재즈 스탠더드 곡으로는 ‘Stardust(1927)’, ‘How Long Has This Been Going On?(1927)’, ‘Body And Soul(1930)’, ‘All of Me(1931)’, ‘Summertime(1935)’, ‘My Funny Valentine(1937)’, ‘Over the Rainbow(1939)’, ‘Autumn Leaves(1950)’, ‘Fly Me To The Moon(1954)’등이 있다.

Step 3 재즈를 보면서 즐겨보자

재즈는 연주자 위주의 음악이다. 연주자들의 해석은 저마다 다르고, 무대에서는 즉흥연주가 펼쳐진다. 재즈는 느낌의 음악이다. 그렇기에 같은 곡을 동일한 연주자가 시간 차를 두고 연주하여도, 연주할 때마다 색다르다. 또 같이 연주하는 사람이 한명만 바뀌어도 재즈의 멜로디는 다른 방식으로 전개된다. 이렇게 연주자에 따라 재즈의 멜로디가 달라지는 점이 재즈의 가장 큰 매력이다. 그래서 음반으로만 듣기 보다 직접 재즈가 연주되는 것을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한다. 매년 10월에 개최되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는 다양한 재즈 스타일을 만나볼 수 있다. 혹은 자신의 지역에서 운영되는 재즈 클럽에도 직접 방문해보자. 또 다른 재즈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Step 4 영화와 책으로 재즈를 만나보자

재즈는 특히 영화에서 빛이 난다. 실제 연주자들의 실화를 바탕으로 구성된 영화도 꽤 많이 개봉됐다. ‘버드(Bird)’ 라는 별명을 가진 인기 색소폰 연주자 찰리 파커의 이야기를 다룬 <버드>, 피아니스트 버드 파웰의 이야기를 그린 <라운드 미드나잇>, 천재 뮤지션 쳇 베이커의 파란만장한 삶을 다룬 <본 투 비 블루> 등이 바로 그것. 재즈를 주제로 한 영화를 감상하며, 재즈의 매력에 흠뻑 빠져도 좋다. 재즈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러닝타임 내내 긴장감이 흐르는 <위플래시>, 유쾌한 성장 영화인 <스윙 걸즈>, 주인공의 사랑과 꿈을 그려낸 <라라랜드> 등이 있다. 그럼에도 조금 더 재즈를 알고 싶다면, 책을 읽어보자. 입문서로는 <재즈총론>, <재즈북>이 가장 두루 읽힌다. 황덕호의 <그 남자의 재즈일기>는 소설처럼 술술 읽히고, 남무성 의 <Jazz It Up! : 만화로 보는 재즈 역사 100년>은 재즈를 만화로 풀었다. 재즈 매니아인 무라카미 하루키의 <재즈에세이> 등은 우리를 한층 더 재즈와 가깝게 만들어준다.
초보자를 위한 재즈 입문
우연히 접한 재즈에 매혹되어, 또는 호기심으로 재즈에 입문하려해도 막상 어떤 재즈를 들어야 할지 어떤 스타일의 재즈를 먼저 들어야 할지 초보자들은 막막하기만 하다. 이런 재즈 초보자들을 위해 하종욱 음악칼럼니스트(마장뮤직앤픽처스 대표)가 추천하는 초보자를 위한 입문용 재즈 앨범을 소개한다.

Diana Krall ?Wall Flower 2015

현존하는 재즈 보컬 중 가장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다이아나 크롤, 그녀가 부르는 팝의 명곡. 귀에 익은 팝의 선율을 재즈로 해석하되, 과잉하지 않고 절제된 감성으로 우아하게 색칠했다. 수십 명의 오케스트라, 코러스로 어마어마한 사운드를 자랑하는 앨범.

Chet Baker - Sings1954

재즈계의 제임스 딘이라 불렸던 쳇 베이커의 가장 아름다운 시절의 목소리, 청량한 트럼펫 연주가 기록되어 있다. 마치 시를 읽듯 서정적으로 펼쳐내는 그의 싱그러움은 묘하게 슬프다.

Miles Davis ? Kind of Blue 1959

누구나 인정하는 재즈 역사상 최고의 명반. 재즈의 다양한 장르, 스타일을 개척했던 마일즈 데이비스가 최고의 세션들과 창조했던 명연이다. 들을 때마다 새로움이 발견되는 마법이 숨겨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