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그렇지만 사람들이 임신하게 되면 개와 고양이를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개와 고양이를 키우면 임신이 안된다는 속설부터, 알레르기 때문에 위험하다는 근거 없는 이야기들로 인해 키우던 반려동물을 내쳤던 것이에요. 실제로 제 주변에 그렇게 버려진 동물들을 데려다가 키우는 사람도 제법 있었어요. 한 독자분이 메일을 보내주신 적이 있는데, 결혼을 하고 임신을 하게 되었는데 집안 어르신들께서 키우고 있던 반려동물을 버리라고 한다는 거예요. 그때 저희 출판사에서 출판했던 “임신하면 왜 개, 고양이를 버릴까”라는 책의 내용을 가지고 편견이 있던 집안 어르신들을 설득했다고 합니다. ‘제가 우리 아이들을 지켰어요’하고 메일을 보내주셨는데 마치 제 일처럼 기뻤던 기억이 나네요.

동물 관련 서적만 발행하는 저희 출판사가 13년을 넘게 이어져 오고 있다는 것만 봐도 동물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걸 체감합니다. 동물복지에 관한 책이 꾸준히 발행되는 것도 그렇고요. 일상생활을 하면서 달라진 반려동물에 대한 사회적 시선을 느낄 때도 많이 있습니다. 대표적인 경우가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줄 때에요. 예전에는 어르신들이 스쳐 지나가면서 핀잔을 주곤 했는데, 최근에는 다가와서 휴대폰 사진첩을 열고 ‘우리 고양이 좀 한 번 볼래?’ 하며 고양이 자랑을 하는 분들이 꽤 많으시더라고요. 또 정말 가족처럼 키우기 위해 반려동물에 대해 공부하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이런 분들이 사회적 변화를 이끌어 나가는 게 느껴지고요. 우리 사회도 점점 동물과 함께하는 일상으로 변해가는구나 하는 생각을 합니다.

반려동물 유기문제를 사람 개인의 문제로만 바라보면 답이 나오지 않아요. 많은 동물 문제에 대한 책임을 개인에게 모두 전가할 수는 없어요. 버린 사람들에 대한 비난만으로 유기동물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습니다. 동물을 쉽게 사고, 쉽게 버릴 수 있게 하는 시스템을 바꿔야죠. 5만 원, 10만 원을 주고 반려동물을 구매한 사람은 30만 원의 수술비가 많다고 느껴 동물을 버릴 수 있겠죠. 혹은 중성화 수술을 받지 않은 옆집의 개나 고양이가 출산하면서 반려동물을 쉽게 얻은 사람이라면 시간이 지나면서 부담을 느껴 유기하는 경우도 있을 거예요. 즉 출발점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공산품 찍어내듯이 동물을 번식시켜 판매하는 산업을 규제하고, 중성화 수술을 확대해서 태어나는 동물 숫자를 근본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거기에 보편적인 생명 교육을 통해서 개개인이 책임감을 갖게 해야합니다. 더불어 유기동물 보호소에서 동물을 입양하는 문화 정착도 필요하고요. 유기동물 문제는 공격적으로 해결해나가야 할 담론입니다. 유기동물 관련해서 들어가는 자금이 매년 200억이 넘으니까요.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건 행복한 일이지만 한 생명을 책임진다는 건 쉽지 않은 일이죠. 사람은 살면서 진학, 결혼, 취업, 출산, 육아 등 수많은 변화를 겪는데 그때도 포기하지 않을 수 있는지, 경제력과 시간은 되는지 등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봐야 해요. 반려동물과 함께 살면 나는 행복하겠지만 반려동물도 나랑 사는 게 행복할까도 생각해 봐야 하고요. 생각해보니 안 되겠다 싶어서 시작하지 않는 것도 사랑의 한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겁주듯이 이야기하고 있지만 사실 전 더 많은 분이 반려동물과 살기를 바랍니다. 제가 그렇듯 많은 분들이 반려동물과 살게 되면서 삶이 변화했다고 이야기하시거든요. 몰랐던 삶들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갖게 되는 것은 삶의 큰 변화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개개인의 변화가 생명을 존중하는 사회적 변화를 이끈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