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읽다
또 다른 사회구성원이 된 반려동물과
일상을 바꾼 변화들
한 집에서 함께 살아가는 동물이 소모품이나 장난감이 아닌 가족이라는 인식이 이제 유난스러운 것이 아닌 시대다. 함께 살아가는 동물을 ‘애완동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지양되고 가족으로 규정하며 ‘반려동물’로 부르는 것 또한 일반적인 현상이 되었다. 그 표현의 변화에는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가구의 증가와 동물 또한 생명이라는 사회적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2019년 신규 등록된 반려견은 79만 7,081마리에 이른다. 동물 등록이 완료된 반려견만 누계로 209만 마리가 훌쩍 넘으니, 동물등록을 하지 않은 반려견의 수와 이제야 동물등록 대상이 된 고양이를 비롯하여 다른 종의 반려동물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어지간한 중소도시의 인구 수를 웃돌게 된다.
한국 사회에서 반려동물이 갖는 지위는 이중적이다. 평생을 함께할 가족으로 대우받는 동시에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물건이나 고깃덩이처럼 취급받기도 한다. 이분법의 논리 위에서 이해되는 반려동물의 처지는 곤혹스럽고, 그 형편은 개별적인 것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적 문제로까지 이어진다.

동물들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버리는
사람의 무책임은 동물을
낭떠러지 너머로 밀어버린다.

무책임과 허술한 제도가 만든 갈등
반려견과 관련한 이슈 중 언론에서 종종 조명되는 것은 단연 ‘들개’와 ‘개 물림’ 사고다. 야생에서 살아가는 들개 수의 증가와 반려견이 무는 사고는 그 원인에 긴밀한 공통점이 있다. 반려인의 무책임과 반려동물에 대한 허술한 제도가 복합적으로 작용해 내놓은 갈등현상이다.
동물생산업과 판매에 대한 강력한 규제가 없고, 돈을 가진 누구나 동물을 구매할 수 있는 상황이 되면서 동물에 대해 책임을 지는 문제 또한 개인의 몫이 되었다. 샵에서 구매하거나 가정에서 분양받은 동물들은 너무나 쉽게 버려진다. 2019년 한 해 동안 지자체 보호소에 입소한 동물만 13만 5,791마리에 이른다.
버려진 동물들이 모두 지자체 보호소로 가는 것은 아니다. 일부는 산으로 간다. 덩치가 크고 날렵한 개들은 살아남아 떠돌이 생활을 한다. 그들끼리 교배를 해 낳은 새끼는 사람과 동떨어져 자라 사람을 경계하게 된다. 그들은 ‘들개’라 불리며 배척받는다. 소위 ‘들개’는 왠지 사람이 버린 유기견과는 별도의 생물처럼 느껴지지만, 그들 역시 야생화 된 유기견일 뿐이다.
버리지만 않는다고 반려인으로서 책임을 다하는 것은 아니다. ‘개’에 대한 깊은 이해와 공부 없이는 개를 제대로 기를 수 없다. 개가 사람을 무는 것을 비롯하여 분리불안 등의 문제행동을 보이는 원인은 사회화 교육을 제대로 하지 못한 반려인에게 있다. 개의 행동언어를 이해하고 개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잘 적응할 수 있도록 기본적인 교육을 할 수 있어야 반려견의 안전이 보장된다. 문제행동을 하는 동물들은 ‘감당하기 어렵다’는 이유로 쉽게 버려지고, 사회 구조상 다시 입양가족을 찾기도 어렵다. 사람의 무책임은 동물을 너무나 쉽게 낭떠러지 너머로 밀어버리게 된다.
사진제공: 동물권행동 카라
반려동물이 일궈낸 일상의 변화들
반려동물들은 이미 사회와 일상을 크게 변화시키고 있다. 특히 인간중심적인 도시문명에서 다른 종 동물에 대한 배려가 자라게 된 점이 엿보인다. 국민 4명 중 1명은 반려동물과 함께 살아가고 있으며, 점점 늘어나는 반려동물 보유가구에 정치권도 그 귀추를 주목하게 됐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는 최초로 ‘동물복지국회포럼’이 열리는 등 동물과 관련된 안건들이 정책과 제도의 고려대상으로 부각되었다. ‘반려동물 친화도시’라는 슬로건을 거는 지자체들도 나타나고 있다. 훈련을 받은 반려동물로 하여금 치료를 하는 ‘동물매개치료’로 인해 안정을 얻는 사람들도 늘고 있다.
반려동물은 반려인의 의식을 외부로 더 확장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특히 반려동물에 대한 애정과 유대가 다른 동물에 대한 공감과 연민으로 이어져, 비거니즘으로까지 확장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반려동물에 대한 사랑이 기후변화와 생태계, 환경과 동물권으로까지 이어져 개인의 삶과 사회를 변화시키는 거름이 되고 있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건강한 희망
현대 사회에서 반려동물은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다양한 사회적 갈등의 주인공이면서 다양한 이슈에 관심을 던지게 만드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사실은 반려동물은 그 자체로 존재하며 살아가는 것 뿐, 각종 이슈를 둘러싼 주체는 반려인을 비롯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유기동물의 증가, 들개의 번식, 개 물림 사고, 야생동물 반려화 등 각종 문제의 중심에는 인간의 욕망과 책임이 존재한다. 모든 개체의 삶이 단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이어져 있는 이 때, 반려동물과의 유대는 개인의 삶을 뛰어넘어 거대한 담론을 형성하도록 한다.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건강한 희망은 인간중심주의를 넘어 윤택한 평등을 추구하게 만들기도 한다. 지금 한국사회가 고민하기 시작한 동물원 동물의 복지나 야생동물 포획 문제의 안쪽에는 동물과 더불어 살기 위한 사람들이 동물을 대변해 낸 목소리가 작용하기도 했다.
반려동물이 물건이나 자본이 아니라 가족으로 자리 잡아가는 현대 사회의 흐름은 부정할 수 없지만, 반려동물의 사회적 입지가 과도기에 위치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 어느 때보다 법제도의 재정립이 필요하고 반려인의 올바른 책임이 선행되어야 하는 시기다. 반려동물로서의 자리잡기는 동물의 권리를 말하는 중요한 전환점이 될 것이다.
글_ 김나연 활동가(동물권행동 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