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보, 평균 수명이 점점 늘어나 백세시대가 온다고 하는데...”

“우리도 은퇴 후를 미리미리 계획해 두자고~. 노후에는 우리 스스로 우리를 부양해야 하는 거야. 부모님 세대처럼 자식들이 도와주기만 바라면서 살면 행복하겠어?”
젊었을 적에는 국민연금, 보험 등 노후대책이 필요하다는 남편의 말이 크게 와 닿지 않았습니다. 노후에 경제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편하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을까요. 다만 그 당시엔 모아 놓은 돈도 꽤 있었고, 이제껏 큰 굴곡 없이 살아왔기에 노후를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말이 피부에 와 닿지 않았던 겁니다.
남편은 20년 가까이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 현지 향수를 수입해 국내에 판매하는 무역업체를 운영했습니다. 소규모 회사지만, 우리 부부는 아이들을 키우며 부족함 없이 살았습니다. 평온하기만 하던 삶에 먹구름이 드리워진 건 2008년이었습니다. 갑작스레 전 세계에 금융위기가 찾아왔고, 원화 가치가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남편 회사와 같은 소규모 수입 업체들이 엄청난 어려움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남편은 기존 가격보다 거의 40~50% 더 오른 가격에 향수를 수입해야 했습니다. 그래서 판매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게 되자, 소비자들에게 외면을 받게 되었고 당연히 벌이도 점점 줄어들었습니다.

불안했던 마음은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결국, 회사는 부도가 났습니다. 사업 실패는 도미노처럼 최악의 상황들을 불러왔고, 더 이상 저희 부부의 삶은 평온하고 안정적이지 않게 됐습니다. 어떻게든 회사를 살려보기 위해 받았던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결국 집도 압류가 되었습니다. 긴 시간 정신적으로 방황하던 남편은 생계를 위해 지인이 운영하는 회사에 계약직으로 취업을 했습니다. 적게나마 고정적인 수입이 들어온다는 사실에 남편은 웃음 지었지만, 그 웃음 속에 인생의 씁쓸함과 허탈함이 가득하다는 것을 저는 느낄 수 있었습니다. 예순을 바라보는 나이에 직원이 되어 새로운 일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었습니다. 밤새 끙끙 앓던 남편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하염없이 눈물만 흘리던 저는 한 푼이라도 벌어야겠다는 생각에 남편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식당일을 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해보는 식당일이 녹록지는 않았습니다. 힘들어 그만 두고 싶어도 그만둘 수가 없었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현실에서 벗어날 방법은 남편과 힘을 합해 열심히 돈을 버는 일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우리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올린 힘, 국민연금

우리 부부를 다시 세상으로 끌어 올린 힘은 다름 아닌 국민연금이었습니다. 남편과 제가 열심히 벌어 생활비를 충당하기도 빠듯한 생활에 지쳐가던 그즈음, 남편이 국민연금을 수령하게 되었습니다. 일회성이 아니라 매달 꼬박꼬박 일정 금액이 입금된다는 사실이 그렇게 기쁠 수가 없었습니다. 국가와 이 사회로부터 충분히 보호받고 배려받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한때는 많지 않은 남편 월급에서 꼬박꼬박 나가는 국민연금을 보면서 속상할 때도 많았습니다. 나중에 도움이 되면 얼마나 된다고 한 푼이 아쉬운 마당에 국민연금까지 납부해야 할까 싶었습니다. 게다가 물가가 계속 오르니 받게 되는 돈이 지금 넣는 돈만큼의 값어치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국민연금을 받고 나서 제 생각이 잘못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우리 부부에게 국민연금은 단순한 돈이 아니었습니다.

남편의 사업이 잘 되어 돈을 많이 벌 때는 돈 자체에 큰 의미를 두지 않았었는데, 나이가 들고 경제적으로 어려워지니 국민연금의 소중함을 더욱 느끼게 되었습니다. 국민연금 덕분에 희망을 꿈꿀 수 있게 되었고, 그 작은 희망들이 조금씩 현실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매년 물가가 상승할 때마다 오르는 금액만큼 희망도 조금씩 커지고 있습니다.
인생에 예고도 없이 일어나는 상황들, 갑자기 발생하는 최악의 상황들을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입니다. 그런 힘든 상황에서 흔들리는 중심을 잡아줄 수 있는 것이 바로 국민연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특히 백세시대가 되어 평균 수명이 매우 길어진 지금, 국민연금은 노후의 빈곤에서 벗어날 수 있는 희망의 동아줄과 같습니다.
지금도 국민연금 가입을 망설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라고 얘기해주고 싶습니다.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이 길수록 더 많은 연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국민연금에는 장애연금과 유족연금도 있다는 사실도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습니다. 앞으로는 국민연금의 긍정적이고 밝은 부분이 더 많이 알려져서 저희 부부처럼 많은 이들이 국민연금을 통해 새 희망을 꿈꿀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앞이 보이지 않는 날들도 많았는데 이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희망이 보이네요.
국민연금, 정말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