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100세 시대에는 은퇴 후 남은 인생이 40년이 넘습니다. 그러니 은퇴 후에 여생(餘生)을 어떻게 보낼 것이냐는 질문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이시형 박사는 ‘이제 여생은 없다’며 딱 잘라 말합니다. 1960년대만 해도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58세. 그래서 환갑잔치를 성대하게 하곤 했지요. 서른이 다 되어 취업을 하고, 50대 중반이면 대부분 은퇴해서 경제활동 기간은 겨우 20년 남짓입니다. 평균 수명이 81세로 늘어난 지금은 다른 계획이 필요합니다. 퇴직 후 10년 남짓이면 생을 마감했던 60년대와 달리 40년이 더 남아있기 때문이지요. 이제는 ‘여생’의 개념 대신에 인생의 ‘전반전’과 ‘후반전’으로 나누어 생각해야 합니다. 이시형 박사는 인생 후반전을 빨리 준비할수록 좋다고 말합니다.“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이 자신의 길을 찾은 시점은 30대 후반입니다. 그래서 20대에 이것저것 많은 도전을 해봐야 합니다. 자신의 적성이 뭔지, 뭘 잘하는지, 각자 자신만의 강점지능을 찾아야 합니다.”
이시형 박사는 20대에는 30대를 준비하고, 30대에는 40대를 준비하는 자세로 살아야 한다고 당부합니다.“30대의 건강관리가 중요합니다. 30대에 건강을 걱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요. 하지만 30대를 잘못 보내면 40대에 온갖 병이 다 생깁니다. 40대가 되면 타고난 방어체력이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고혈압, 당뇨, 간장병, 비만, 암 같은 병에 걸리지 않고 40대를 무사히 넘겨야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어요. 40대에 큰 탈이 없이 지내는 것을 인생의 과제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시형 박사의 말에 진심이 녹아납니다. 자신이 지팡이를 짚고 다닐 만큼 힘겨운 40대를 보냈기에 그는 40대의 건강이 얼마나 중요한지 누차 강조합니다.“저는 40대가 제일 힘들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대한민국 대표 파워시니어’ 이시형 박사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정신과 의사이자 뇌과학자입니다. 실체가 없다고 여겨지던 ‘화병(Hwa-byung)’을 세계 정신의학 용어로 만든 정신의학계의 권위자이기도 하지요. 여든이 넘은 지금도 한국자연의학종합연구원 원장이자 ‘힐리언스선마을’ 촌장으로, 영원한 현역임을 과시하며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탁월한 통찰력, 독창적인 인생론으로 폭넓은 공감을 사고 있는 그는 이제 100세 시대를 준비해야한다고 말합니다. 이시형 박사를 만나 100세까지 건강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을 들어봅니다. 24서른이 지나 마흔이면 안정을 찾을 때인데, 저는 그 때 혼란기를 겪었던 거죠. 미국에서 정신과를 공부하고 돌아와 한국 사회에서 살다보니 제2의 문화충격이 왔다고나 할까요. 심지어 한국을 떠나서 미국을 다시 가야 하나 고민할 정도였어요. 그래서 몸을 혹사했더니 무릎이 고장 나고, 허리 디스크 때문에 걷지도 못할 형편이 되어 버렸죠.”
이시형 박사는 수술을 해야 한다는 처방을 받았지만 그건 의사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수술도 안 받고 약도 끊고 살살 걸어 다니며 몸을 추스렸습니다. 다행히 차츰 회복이 되었고, 지금은 완전히 회복이 되었지요.“저한테는 아팠던 게 굉장히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걸어 다니면서 한국 사회를 자세히 들여다볼 수 있었고, 그 생각을 담아 <배짱으로 삽시다>라는 책을 쓸 수 있었어요. 이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면서 일약 명사가 되기도 했고, 그 때부터 자연의학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되었지요.”
이시형 박사는 30대와 40대를 조금 더 현명하게 보내야 한다고 조언합니다.“대학교 때 몇 년 배운 것으로 평생을 밥을 먹고 살겠다? 이건 거짓말이거든요. 어떤 시대,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밥벌이를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겨우 취업하고 30대에 자리를 잡으면서 마음 맞는 친구들끼리 밤늦도록 술을 마시는 걸 삼가야 해요. 그 시간에 인생 후반전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시형 박사는 인생의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늦어도 40대 후반부터 최소한 10년 정도는 인생의 후반전을 준비해야 한다고 말합니다.“은퇴를 한 사람들이 대부분 음식점을 냅니다. 하지만 통계를 보면 음식점을 연 지 3년 만에 98%가 문을 닫습니다. 쉽게 생각하지 말고 오래준비해야 해요. 퇴근하고 식당에 가서 접시 닦는 일부터 배워야 합니다. 먼저 주방 일을 배우고, 둘째로 나만의 메뉴를 개발하고, 셋째로 장을 볼 줄 알아야 해요. 이렇게 세 가지를 준비하려면 하루 이틀에 되는 것이 아니에요. 적어도 10년을 준비해야 합니다.”
이시형 박사는 YO세대(Young Old)라는 말을 좋아합니다. 은퇴한 55세 이후부터 아직 신체적으로 건강한 75세 이전까지를 말하지요. 이시형박사는 나이가 들어도 인체나 뇌의 기능이 더욱 올라갈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나이가 들어 연륜이 쌓인 사람들은 결정성 지능이 높아지고, 전체를 보는 눈을 키우면 통괄성 지능이 높아집니다. 인간관계 지능, 자연친화력, 사회적인 능력, 영적인 능력은 젊은 사람보다 나이든 사람이 뛰어난 지능입니다.“제 경우에는 확실히 점점 머리가 좋아지는 것 같아요. (웃음) 금방 본 영화의 주인공 이름은 모르겠어요. 그런 유동성 지능은 떨어지지만 그 외에 결정성 지능이나 통괄성 지능이 높아졌고, 전보다 훨씬 더 창의적이라고 느껴요.”
이시형 박사는 올해에만 다섯 권의 책을 출간할 예정입니다. 작년부터 문인화를 그리기 시작해서 6월에는 인사동에서 전시회도 열 계획이지요. 그야말로 멋진 인생의 후반전입니다.“나는 내 인생 전체가 전성기라고 생각합니다. 단 한순간도 인생을 게을리 살았던 적이 없습니다. 앉아서 환자를 볼 수 없을 만큼 아플 때도 서서 환자를 봤으니까요. 얼마 전에 몸살감기를 하루 반쯤 앓았는데, 계산을 해보니 36년 만에 처음으로 아픈 거였어요.”
이시형 박사님을 보면 나이 드는 것이 더 이상 두렵지 않습니다. 건강을 위해 많이 걷고, 배움을 게을리 하지 않으며, 꾸준히 후반전을 준비한다면 누구보다 행복한 노년을 맞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