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에서는 1,000m 정도의 산은 명함도 못 내민다. 오대산을 비롯해 계방산, 황병산, 발왕산 등 1,400m가 넘는 산이 잇달아 솟아 있다. 태백산맥과 차령산맥을 갓처럼 쓰고 앉은 평균 해발 700m의 고원 지대다. 오죽하면 조선 시대 정도전이 “하늘이 낮아서 고개 위가 겨우 석 자”라고 노래했을까. 고산 준봉의 위엄 앞에 여름은 늦게 오고 일찍 물러난다. 같은 위도 상의 다른 지역보다 기온이 낮고, 한여름 열대야도 찾아보기 힘들다. 면적의 84%가 산지로 이뤄져 우리나라 허파로 불릴 만큼 청정하다. 월정사 전나무숲길은 높고 맑고 푸른 평창에서 자랑거리 1순위로 내세우는 곳이다. 산세가 깊고 숲이 울창한 오대산의 품에 안긴 월정사를 찾아드는 길은 양쪽으로 우람한 전나무들이 늘어서 있다. 일주문에서 금강교까지 1km 남짓한 길을 따라 수령이 100세를 넘나드는 훤칠한 나무들이 길 양쪽으로 뻗어 있다. 자그마치 1,700여 그루나 된다. 편안하고 널찍한 전나무 숲길로 들어서면 바늘잎 틈새로 가늘어진 햇살이 아늑하다. 가끔 불어오는 바람이 숲을 스치면 피톤치드가 우수수 흩뿌려진다. 가슴 끝까지 숨을 들이마시면 절로 눈이 감긴다. 번잡한 일상은 위로받고, 구석구석 묻어 있는 긴장을 훌훌 털어버린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방금 샤워를 마친 듯 맑고 상쾌하다. 숲길 중간쯤에 이르면 두 동강 난 전나무고목이 사람들의 발길을 붙든다. 600세 최고령 전나무다. 밑동은 텅 빈 나무통이 되어 서 있고, 그 옆에 윗부분이 쓰러진 채로 누워 있다. 신기하고 안타까운 마음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고, 통나무 고목으로 들어가 보기도 한다. 나무는 눈을 감아서도 다람쥐들의 놀이터가 되고, 나그네의 쉼터가 되었다. 전나무숲길 끝에는 천 년 고찰 월정사가 있다. 대웅전 앞마당에 홀로선 팔각구층석탑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팔각석탑으로 월정사의 자랑이다. 시원한 감로수로 목을 축인 다음 오대산 옛길을 따라 상원사까지 다녀와도 좋다. 상원사까지는 8km 거리. 노닥거리며 걸어도 3시간이면 충분하다.
평화의 언덕, 대관령 양떼목장대관령 정상에 펼쳐진 대관령양떼목장은 우리나라에 하나뿐인 양 목장이다. 절반은 푸른 언덕, 절반은 푸른 하늘이다. 언덕에는 양 떼가 한가롭게 거닐고, 하늘에는 구름 떼가 흘러간다. 평화로운 풍경이다. 언덕을 따라 천천히 걸어올라 목장 꼭대기에 닿으면 한국의 알프스라 불리는 양떼목장 풍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대관령 능선따라 펼쳐지는 초원이 한 폭의 그림과도 같다. 산책로를 따라 천천히 목장을 한 바퀴 둘러보는 데는 약 40분이 걸린다. 언덕을 한 바퀴 돌아내려 오면 ‘양 건초 주기 체험장’이 있다. 입장료(3,500원)에 양 먹이 주는 체험료가 포함되어 있어 입장권을 보여주면 건초바구니를 준다. 귀여운 양들을 가까이서 보고 직접 먹이를 줄 수 있는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에게도 특별한 즐거움을 준다.
신의 조각품, 백룡동굴백룡동굴은 1976년 발견되어 1979년 천연기념물로 지정되었고, 2010년 드디어 일반인에게 공개되었다. 백룡동굴은 정해진 시간에 가이드와 함께 탐험한다. 아무것도 훼손하지 않겠다는 서명하고, 빨간 탐사복에 장화 신고 헤드램프가 달린 헬멧까지 써야 탐사가 시작된다. 가이드의 램프가 비추는 곳마다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반투명한 베이컨 시트, 계란프라이 모양의 석순, 파이프오르간 모양의 종유석이나 신의 손을 닮은 유석들은 탐사의 재미를 더해준다. 백룡동굴의 백미는 마지막 대광장 ‘소등’ 시간이다. 눈을 감았다가 안내자의 “소등” 외침에 따라 탐험자들이 모두 헤드램프를 끈다. 그리고 가만히 눈을 뜨면 감았을 때보다 더 캄캄한 어둠속에 천지창조 이전의 시간으로 돌아간 듯 동굴의 똑똑 떨어지는 물소리와 자신의 심장 소리만 들린다. 뚜렷한 나만의 존재를 느껴볼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다. 하루 9차례 20명씩 정원제로 관람이 이루어진다. 관람 시간은 약 2시간. 백룡동굴 생태체험학습장 홈페이지(http://cave.maha.or.kr)에서 예약하고 가면 보다 편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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