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여름을 여름답게 나는 법(글 : 안영환 원장 / 한침한의원) 血汗同原 : 피와 땀의 근본이 같다 "만물이 영그는 여름이 왔습니다. 요즘 겨울은 너무나 춥고 여름은 여름대로 너무 덥습니다. 이번 여름은 얼마나 더울지 벌써 겁이 납니다. 한의학에는 血汗同原(혈한동원)이라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피와 땀의 근본이 같다라는 뜻이지요. 우리말에도 피땀흘려 일한다는 말이 있고, 피눈물을 흘린다는 말이 있는 것처럼 피와 눈물이 함께 등장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은 몸 속의 진액이라는 것이 변화를 거쳐 피로 바뀌게 되는 과정을 옛날 한의사들은 이렇게 표현한 것입니다.""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관찰을 하고 몸이 원하는 것을 해주시면 됩니다."예전에 한 분이 한의원으로 어지럼증을 호소하시면서 오셨습니다. 저는 가볍게 고칠 수 있으리라 말씀드리고 맥과 증상에 맞춰 침과 약으로 치료를 시작하였는데 예상 밖으로 별다른 차도가 보이지 않는 것이었습니다. 혹시나 싶어서 사우나를 자주 하시냐고 여쭈어봤더니 3년 넘게 매일 사우나로 땀을 빼고 계신다는 것이었습니다. 땀을 빼면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사우나를 매일 하신다고 했는데 어지러운 증상의 원인 중 하나가 이것이었습니다. 땀은 빼고 그것을 제대로 다시 보충을 해주지 못하니까 시간이 차츰 흐르면서 피가 모자라져서 어지러운 증상이 생겼던 것입니다.(이것이 빈혈이라는 양방적인 진단과는 다소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계속 사우나를 하시겠다고 우기시는 것을 겨우 일주일만 쉬시라고 설득을 했더니 사흘 만에 오셔서 점점 어지러운 증상이 없어지고 있다고 기뻐하셨던 기억이 있습니다. 여름은 더운 만큼 땀이 많이 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증상을 조심하셔야 합니다. 땀만 흘리고 새로운 진액을 보충시켜주지 않으면 변비가 생길 수도 있습니다. 몸에서 물이 나가는 방법이 다르다고 다 다른 것이라고 생각하시면 안됩니다. 통칭해서 진액으로 부르는 것이고, 그것이 어디로 나가느냐에 따라 이름만 다를 뿐입니다. 그래서 감기에 걸려서 가래침을 과도하게 뱉어내더라도 변비에 걸릴 수 있습니다. 반대로 여름에 찬 걸 많이 먹고 설사를 했다고 한다면 땀은 별로 흘리지 않을 것입니다. 진액이 밑으로 다 빠졌기 때문에 위로 빠져나갈 여분이 없는 이유입니다. (만약 설사도 하고 땀도 난다면 병이 있는 것으로 봅니다.) 참 다행인 것은 여름에 나는 과일들은 대부분 즙액이 많습니다. 뭐든 좋습니다. 기회가 되시면 드세요. 대신 몸에서는 필요 이상의 즙액이 들어오면 다시 방출을 할 것이기 때문에 무엇이든 적당한 것이 좋겠지요. 그러니 항상 제가 강조하는 것처럼 몸이 무엇을 원하는지 관찰을 하고 몸이 원하는 것을 해주시면 됩니다. 그러면 여름에는 몸이 이러한 과일을 원한다는 것을 느낄 겁니다. 최근 들어 여름에 조심해야할 것이 하나 더 늘었습니다. 바로 냉방병이지요. 제가 농담반 진담반으로 많이 이야기하는 것 중 하나가 세상에 모든 에어컨을 없앴으면 좋겠다는 것입니다. 에너지 절약차원에서 일정온도 이상일 때만 에어컨을 가동할 수 있게 한다지만 아직도 필요 이상 싸늘하게 온도를 낮추어 놓은 곳이 많습니다. 워낙 사회가 각박하다보니 스트레스도 많고 가슴에 기운이 뭉치고 열이 위로 끓어오르는 경우들이 많아서 여름이면 죄다 차가운 것을 찾아다니지만 실상 속은 차가운 상태인 것입니다. 혀를 잘 들여다보세요. 진짜 열이 있는 분들은 혀가 붉습니다. 사실 이런 분들만이 찬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에어컨을 쐬실 수 있는 것입니다. 혀 색깔이 옅다던지 백태가 어느 정도 있다고 한다면 에어컨은 멀리하셔야 합니다. 위로 뜬 허열에 단지 속고 있을 뿐입니다. 그래서 이열치열로 더운 여름에 속이 차가워진 것을 더운 음식으로 데워준 것입니다. 그렇다고 더운 음식만 드시게 되면 열이 과해서 땀이 그치지 않을 수 있으니 조심하셔야 합니다. 몇몇 더위를 참지 못하는 분들이 에어컨을 끼고 사시지만 상체부위만 일시적으로 식혀주어야지, 그 이상으로 오래 쐬면 한여름 감기로 고생할 수 있으므로 꼭 조심하셔야 합니다. 또한 에어로빅을 오래하신 분들 중에도 맥이 좋은 분들이 거의 없었습니다. 이것은 에어로빅 자체가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라 운동 후에 땀을 흘린 상태에서 바로 에어컨 바람을 쐬면서 냉기가 몸 속으로 쉽게 들어와서 몸에 이상이 생긴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오히려 운동을 안하느니만 못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러니 여름철이라 하더라도 운동 후에는 미지근하거나 더운 물로 먼저 샤워를 하시면서 서서히 온도를 낮추는 식으로 하시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여름은 여름다워야 합니다. 이상기후로 여름이 예년보다 더 뜨거운 요즘이지만 그래도 여름은 여름답게 더워야합니다. 더운 것을 너무 겁내지 마시고 적당히 땀 흘리고 적당히 진액을 보충만 할 수 있다면 이번 여름도 건강하게 나실 수 있으리라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