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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마음의 풍경

내마음의 풍경 1. 흐르는 강물처럼(만재 박희주) - 나는 아직도 글을 연필로 쓰는 버릇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새 학년 새학기가 되면 등교하기 전에 새로운 각오로 연필을 가지런히 놓고 하나하나 칼로 깎으면서 자신을 가다듬던 소중한 기억들이 떠오릅니다. 이 세상 살다보니 부러질 일이 많습니다. 연필 부러지는 것이야 다시 깎으면 되겠지만 세상 삶이 서툴고 힘겨워서 더러는 마음까지 뚝! 하고 부러지기도 합니다. 연필도 힘이 너무 들어가지 않게 결대로 깎고 다듬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음악이 아름다운 것은 ‘쉼표’가 있기 때문이며, 그림이 좋은 것은 여백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요? 인생살이 또한 숨차고 힘들면 삶의 쉼표 찍어놓고 내 안을 살피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흐르는 강물은 가장 높은 곳에서 가장 낮은 곳으로만 찾아 굽이굽이 흘러 아무리 오염된 실개천이라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여 끌어안고 스스로 정화하면서 흘러갑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낮은 곳으로 내려가길 싫어합니다. 오로지 높은 곳만 바라보며 달려갑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가 좋을 리 없습니다. 남을 미워하고, 비난하고, 시기 질투하면서 자신에게 득이 되지 않는 사람을 멀리하려 합니다. 그러다보니 나이가 들수록 마음 맞는 사람은 적어지고 사람과 사람의 관계가 서먹해져 외롭고 쓸쓸한 노년의 신세가 됩니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강이 백 개의 계곡을 다스릴 수 있는 것은 오로지 계곡물 보다 낮은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라 하였습니다. 강물은 서로 다투지 않으면서 바다로 들어갑니다. 강물과 같이 우리도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면 더 큰 “통합의 바다”에 닿지 않을까요? 저 강물을 보라! 그는 쉬지 않고 오늘도 도도히 흐르나니...2013.3.1. 부여 고란사에서

내마음의 풍경 2. 노송(老松)(이규충) 나는 그려 본다네. 홀로선 노송의 자태를... 나는 또 그려 본다네 우람한 노송의 위엄을... 봄이면 산들 바람이 좋아서 곧게 살다가 여름이면 뜨거운 햇살에 가리어 굽어 살다가 가을이면 떨어지는 낙엽에 시달려 휘어 살다가 겨울이 되면 찬바람이 매서워 혼자 숨어 살다가 모진 세월 살다 보니 못난이 노송이 되었다네. 나는 그려 본다네. 곧고 긴 재목이 되어 좋은 집 기둥이 되고 우거진 그늘이 되어 쉬어가는 이의 노송이 되어 남은여생 흙과 친구하며 살까 하네.

내마음의 풍경 3. 할머니의 전화기(김한나) - 평소 가깝게 지내는 수녀님이 소임으로 계시는 양로원에 봉사를 다 니며 한 할머니를 알게 되었다. “전화 올 거야. 전화 오거든 나 바꿔 줘야 해!” 항상 전화기를 품속에 끼고 사시는 할머니는 치매를 앓고 계셨다. 6.25를 겪으며 기울어 버린 집안 사정 때문에 할머니는 밥 한 술 덜어보자고 쌀 다섯 가마에 할아버지께 시집가셨다고 한다. 혹독한 시집살이에 그래도 남편만 바라보고 생활하였지만, 할아버 지는 돈 벌어 오겠다며 어느 날 봇짐 하나 메고 집을 나가셨단다. 그런 할아버지를 온갖 궂은일 마다 않으시고 기다리고 또 기다리셨 다고 했다. 나중에는 수소문 끝에 할아버지가 중국에서 쌀장사를 하신다는 소문만 듣고 시집올 때 받은 금가락지 두 돈을 팔아 무작 정 할아버지를 찾아 나섰다고 한다. 연변으로 가셨다가 돈도 떼이고 남의 집 식모살이까지 하시며 할아버지를 찾으시다가 도저히 여력이 안 되어 눈물 발로 한국으로 내려 오셨다고…. 그 뒤로 밀려오는 혼처 자리 마다하시고 전화기만 바라보며 할아버지 의 연락만 기다리셨단다. 행상으로 모으신 돈은 조카들 공부시키고 시집, 장가보내시다 한 푼 남김없이 늙어 혼자가 되셨고, 남은 것은 오롯이 치매가 전부였다. 무의탁 독거노인으로 생활하시던 할머니 를 주민센터 복지사가 수녀님께 소개시켜 드렸고, 단칸방 살림살이 를 수녀님이 정리하러 가셨을 때 할머니는 무슨 일이 있어도 전화 기만은 가져가야 한다고 하셔서 끝내 가져오셨다고 한다. 그런 할머니의 장롱 속에는 할머니가 45년 가까이 한 달도 거르지 않고 모아둔 전화 요금 영수증이 들어 있었다. 이사를 다니시며 분 실할 법도 했으련만 보물단지처럼 상자 속에 모아둔 할머니의 지난 생의 흔적을 보며 왜 그리도 눈물이 흐르던지… 아무쪼록 간절한 바람으로 전화기를 애지중지 하는 할머니의 마음이 하늘에 닿아 언 젠가는 할아버지에게서 전화가 올 날을 기다려 본다.

내 마음의 풍경은 독자 여러분들의 글과 시로 채워집니다. 채택된 원고에 대해서는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단, 다른 곳의 게재되었던 원고는 받지 않습니다. 원고 보내실 곳 npszine@np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