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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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문예공모전

「2012년 국민연금 청소년 문예공모전」수상작 정직한 사람들의 땀과 나라의 품이 함께 키워가는 국민연금(글 : 최리아) 서해에는 무녀도라는 작은 섬이 있다. 신선들이 노닐던 곳이라 불리는 선유도 옆에 자리 잡은 섬이다. 바로 그 섬에는 우리 할아버지가 하시는 염전이 있다. 옛날식으로 소금을 내는 얼마 남지 않은 염전이다. 한 때는 서른 명이 넘는 인부를 거느리기도 했던 큰 염전이었지만 지금은 겨우 이름만 유지하는 수준이다. 어쩌면 소금을 낸다기 보다는 소금을 내던 기억을 지켜가는 염전이라고 말하는 게 더 맞을지 모른다.

가까이에서 소금 내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소금을 내는 것은 힘든 일이다. 바닷물을 끌어들여 가둬놓아야 하고, 또 뜨거운 볕에 바닷물이 바짝 마른 뒤 소금이 생길 때까지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 할아버지는 눈처럼 반짝거리는 소금이 만들어지는 순간을 ‘소금이 온다’는 말로 대신하셨다. 소금은 그렇게 힘들게 온다. 장화를 신고 소금밭을 다듬고, 수차를 돌리고, 두 바퀴 수레를 끌어 소금을 날라야 한다. 소금이 오는 그 순간을 위해 할아버지는 늘 정직하게 일하셨다. 힘들다고 중간에 그만둬버리면 결코 소금은 오지 않는다. 할아버지에게 소금은 그래서 늘 정직한 땀의 대가였다. 그런 할아버지에게는 소금 같은 존재가 하나 더 있다. 바로 국민연금이다. 할아버지는 거의 십 년 째 국민연금을 받고 계신다. 손자들을 위해 책이나 옷 같은 선물을 사주실 때마다 할아버지가 즐기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 “이거는 말이다. 할아버지하고 국가가 같이 사주는 거다. 알았지.” “국가가 왜요?” “이게 다 할아버지가 나라에서 받는 국민연금 가지고 쓰는 거니까 그렇지.” 사실 부지런한 할아버지는 다른 일도 하고 계시기 때문에 생활이 어렵지는 않다. 하지만 친지나 이웃들에게 베풀기를 좋아하시는 할아버지 입장에서는 매달 나오는 연금이 힘이 될 수밖에 없다. “할아버지는 어떻게 국민연금에 가입하시게 된 거예요?” “그 당시에는 사실 국민연금이 뭔지도 잘 모를 때야. 그래서 그랬는지 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나와서 일일이 국민연금이 뭐라는 걸 알려주고 다녔지. 들어보니까 손해날 게 없더라고. 적금 넣듯 착실히 넣어두면 나중에 월급처럼 돈이 나온다는데 그거보다 더 좋은 노후준비가 어디 있겠냐. 그래서 당장 가입했지.” “그럼 동네 분들이 다 같이 가입한 거예요?” “아니, 그렇지는 않아. 아무리 국민연금이 좋다고 설명을 해도 꿈쩍 않는 사람들이 있었어.” “그럼 끝까지 가입 안 한 사람들도 있었겠네요?” “있지. 더군다나 농어촌 사람들에게는 정부에서 보험료를 일부 지원해주는 제도가 있는데도 가입 안한 사람들은 있었지.” “그 분들은 그럼 할아버지가 받는 연금 못받겠네요?”

"효자나 다름없다는 할아버지의 국민연금.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국민 연금은 착실한 효자보다는 정직한 사람들의 땀과 나라의 따뜻한 품이 키워낸 소중한 결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러니 이제 와서 속상해들 하더라. 그때 가입했다면 지금 꼬박꼬박 연금이 나올테니 얼마나 든든하겠니. 타지에 사는 자식이 꼬박꼬박 용돈 보내주는 것이나 다름없잖아. 효자가 별 거냐, 이렇게 신경써주는 게 효자지.” 효자나 다름없다는 할아버지의 국민연금, 하지만 나는 할아버지의 국민연금은 착실한 효자보다는 정직한 사람들의 땀과 나라의 따뜻한 품이 키워낸 소중한 결실이라는 생각이 든다. 할아버지는 국민연금이 시작되던 시절에 나라의 큰 품을 믿고 돈을 내셨다. 많지는 않았지만 정직한 땀이 묻은 돈이었다. 나라는 그렇게 정직한 사람들이 낸 돈을 따뜻한 품으로 키워두었다가 필요한 날이 오면 더 크게 돌려준다. 정직한 국민과 따뜻한 국가가 함께 만들어가는 소중한 자산, 그게 바로 국민연금이 아닐까. 할아버지가 그랬던 것처럼 우리 아빠도 국민연금을 내고 계신다. 어쩌면 할아버지 의 이야기가 언젠가는 우리 아빠의 이야기가 될 것 같다. 물론 배경은 무녀도가 아닌 서울의 이야기로 바뀌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