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체의 한계를 뛰어넘는 가장 대표적인 사람들이 바로 운동선수들이다. 1912년 남자 육상 100m의 첫 세계 기록은 10초6이었다. 100년 만에 인류는 우사인 볼트를 앞세워 9초58의 기록에 도달했다. 1912년 2.00m였던 남자 높이뛰기 세계 기록은 1세기를 지난 현재 2.45m로 높아졌다. 기록경기인 수영에서도 괄목할 만한 성과가 있었다. 박태환이 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을 딴 종목인 남자 수영 400m의 경우 1908년 5분36초대의 기록은 현재 3분40초대로 무려 2분이나 단축됐다. 기술과 장비의 발전도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됐겠지만 근본적으로 가장 중요한 건 선수들의 신체적 능력이다. 과학적 훈련과 체계적 트레이닝은 신체적 능력을 극대화시켰다.

진화하는 건 인류의 피지컬 능력만이 아니다. 인간의 뇌 기능도 상상 이상의 잠재력을 갖고 있다. ‘마인드 스포츠(mind sports)’란 바로 그런 잠재력을 갈고 닦아 겨루는 경기라 할 수 있다. 누가 더 빨리 달리거나 높이 뛰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누가 더 잘 계산하고, 정확히 판단하며, 상대의 수를 예측할 수 있느냐가 승리의 핵심이다. 주먹이나 킥이 아닌 좌뇌와 우뇌, 전두엽과 후두엽의 다이내믹한 콤비네이션 기술이 필요한 것이다. 장기나 바둑, 체스, 카드 게임은 가장 보편화된 마인드 스포츠라 할 수 있다. 2010년 광저우아시안게임에서는 바둑과 체스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바 있다. 정통 스포츠와 마인드 스포츠가 어깨를 나란히 한 순간이었다.

마인드 스포츠만으로 구성된 종합대회도 개최된다. 스포츠어코드 세계 마인드 게임즈다. 이 대회는 바둑, 체스, 브릿지 등으로 구성돼 있다. 2008년 열린 1회 대회에서 한국은 금메달 2개, 은메달 4개, 동메달 3개 등을 획득해 종합 3위에 오르기도 했다.
보드 게임이나 카드 게임과 달리 뇌의 계산력과 기억력만을 보다 정밀하게 겨루는 마인드 스포츠도 있다. 이른바 ‘기억력 올림픽’이라 부를 수 있는 월드 메모리 챔피언십이 대표적인 경우. 그들에게 도전 과제로 주어지는 미션들을 보면 ‘이런 걸 과연 사람이 할 수 있을까’란 생각이 절로 든다. ‘브레인 파워계’의 철인 3종 경기라 할 만하다. 무작위로 나열된 4,000개의 숫자를 외운다거나 뒤죽박죽 섞여 있는 포커 카드 52장의 순서를 기억해내기, 100여명의 인물 사진과 이름을 보여준 뒤 순서대로 기억해내기 등이 이 대회의 세부 종목이다. 이 대회에서 2004년과 2008년, 2009년 우승을 차지한 영국의 벤 프리드모어는 살아있는 전설이다.

기억력이나 암기력의 최고수들은 날 때부터 천재였을까? 아니다. 벤 프리드모어는 과거 BBC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집에서 냉장고 문을 열었다가 ‘어, 내가 이걸 왜 열었더라’라고 어리둥절한 적이 있다. 사람 얼굴과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말한 바 있다.
수영에 과학적으로 다듬어진 첨단 영법이 있듯 암기에도 기술이 있다. 천부적 능력도 중요하지만 뇌 트레이닝을 통해 기억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몸을 마음에서 따로 떼어내서 생각한다는 건 스포츠에서 무의미한 말이다. 축구나 야구, 농구와 같은 육체적 스포츠도 단순히 근력과 스피드가 경기력의 전부는 아니기 때문이다. 지도자들은 언제나 멘탈(mental)을 강조한다. 선수의 정신 상태, 마음가짐, 경기에 임하는 태도가 승부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물론 태극전사들이 아무리 정신 무장을 한다고 해도 브라질 축구대표팀을 꺾을 수는 없겠지만. 가령, 비슷비슷한 신체 조건과 기술을 가진 팀이라면 선수들의 멘탈이 승부를 가르는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것은 대부분의 지도자들이 인정하는 부분이다.

볼 컨트롤만큼 중요한 게 마인드 컨트롤. 이건 단순히 운동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원리가 아니다. 인생이라는 게임의 승자가 되기 위해선 세련된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필요하니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