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은 저에게 새로운 이름을 안겨 주었습니다. ‘효녀 딸’이라는 명함입니다. 처음엔 듣기 쑥스러워서 고개를 못 들었습니다. 오래전 일이라 기억에서 가물가물하지만 약 14년 전쯤으로 기억이 납니다. 저는 집 가까운 곳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고, 쉬는 시간에 우연히 라디오를 듣고 있었는데 그 당시는 다소 생소했던 국민연금에 대한 방송이 나오고 있었습니다. 10년을 납입해야만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연세가 높으신 분들을 위하여 5년만 납부하면 연금을 받을 수 있는 ‘특례노령연금’ 안내를 듣게 되었습니다. 순간 저는 부모님 생각이 났습니다. 그날 방송을 듣지 못했더라면 요즘 우리 가족이 누리는 잔잔한 행복과 평온함을 절대 맛볼 수 없었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국민연금을 대신 납입하기로 결정한 30대 중반, 힘 있고 활동능력이 좋을 때 어떡하든 몇 년 참고 납입하면 나라에서 부모님께 평생 월급을 준다고 하니 부모님 용돈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 싶었습니다. 부모님이 연금을 받을 때쯤이면 아이들도 커서 큰 돈이 지출될 것이고, 저도 나이가 들어서 활동력이 예전만 못할 것 같았습니다. 당시 친정 엄마는 공공근로 일을 하고 계셨고, 아버지는 형제같이 지내던 친구 분에게 사기를 당하는 바람에 전 재산을 잃고 마음의 병과 육체적 병을 얻어 신용불량자 상태였기에 병원비와 생활비를 엄마와 제가 해결하고 있었습니다.

 당시 엄마가 일하시는 곳의 직원분이 “최계순 어머니 따님이 국민연금을 가입하셨습니다. 효녀 딸 두셨네요.” 하시더래요. 뭔지는 잘 몰라도 국민연금에 가입되었다는 것을 처음 알게 되셨고, 그 후 사람들만 모이면 우리엄마는 딸 자랑을 하셨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효녀 딸’이라 불리게 된 것 같습니다. 저는 친정집의 가장이었고, 든든한 후원자 겸 딸이었습니다.

 욕심에 무조건 가입은 했지만 기본적으로 지출되고 있는 가계생활비가 큰 산처럼 버티고 있어서 절약 또 절약을 몸에 담고 짠순이로 살았습니다. 최대한 지출 액수를 줄이는 방법뿐이었지만 아무리 줄여도 한계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추가적으로 부업거리를 더 찾아야만 했습니다. 만두 속에 넣는 무말랭이를 삶고 물 빼서 고기처럼 만들어 분식집에 가져다주기, 신문 돌리면서 우유 끼워 넣기, 폐휴지 모아 팔기, 주말에는 예식장 서빙도 했습니다. 그렇게 아내며 엄마며 친정 가장 노릇을 해내며 여러 가지 다양한 부업으로 이력서를 꽉 채워나갈 때쯤 5년의 국민연금을 완납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끝냈다는 기쁨과 뿌듯함이 밀려들었습니다.
 2005년 3월부터 국민연금을 부모님 두 분이 똑같이 수령하게 되었을 때는 이루 말할 수가 없는 행복감이 밀려왔습니다. 엄마는 입금된 국민연금이 선명하게 찍힌 통장을 셀 수도 없이 꺼내 보셨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매달 받으실 때마다 “우리 딸이 억척스럽게 땀 흘려 나라에 맡겨두었던 돈”이라면서 소중하게 여기셨습니다.

 저희 엄마는 매달 받는 국민연금을 눈물겹도록 절약하고, 따로 조금씩 떼어서 저축을 해 목돈을 만드셨고, 먼 옛날 친구에게 빌리고 여유가 없어 못 갚았던 150만원을 고인이 되신 친구를 대신해 그 따님에게 갚으셨습니다. “이젠 두 다리 펴고 잘 수 있겠다”고 하시며 희망 가득 새로운 계획을 세우시고 새 통장 만들어 저축을 하고 계십니다.
 국민연금이라는 황금알과도 같은 안정된 수입이 있었기에 가질 수 있는 희망이었습니다. 적은 돈이라도 지혜롭고 즐겁게 쓸 수 있을 때, 몇 배의 가치 있는 밑거름이 되어 돌아왔습니다. 국민연금은 한 가정에 희망을 가져다주고 자식들에게는 부담을 덜어주는 마르지 않는 샘물입니다.
 그 시절 어렵다고 포기하지 않고 납입했던 총 금액이 360만원 정도였는데, 지금까지 부모님이 받은 금액이 원금을 훨씬 넘어서 760만원이 되었습니다. 두 분은 매달 233,000원을 받고 있습니다. 막상 국민연금을 받고 보니 욕심이 생겨 그 때 좀 더 많은 액수를 넣었더라면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최선을 다했기에 후회는 없습니다. 처음 시작은 단순히 용돈 걱정 덜자고 했지만 결과물을 놓고 봤을 때 감동 두 배, 행복지수 무한대입니다. 저는 둘째딸이지만 한 순간에 가장이 되어 버렸습니다. 누구도 앞날을 예측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저는 국민연금의 중요성을 누구에게든 강조합니다. 특히, 자녀들에게 강조하고 싶습니다.

 부모님을 위한 보톡스, 효도관광, 주름 펴기 등 다~ 좋습니다. 하지만 부모님의 국민연금가입부터 확인하시라고. 시작이 절반입니다. 일부 사람들은 국민연금을 불신하고 20년 후면 재정이 바닥난다고 근거 없는 이야기를 합니다. 대한민국이 책임지고 있고, 물가상승률까지 감안하여 꼬박꼬박 챙겨주는 국민연금을 저희 가족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서민가정에 황금알이 되어 주는 혜택을 모두가 함께 가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저와 같은 서민가정의 모든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되어 줄 수 있는 “황금알을 낳아주는 국민연금의 혜택을 놓치지 마시라고” 이번 기회를 통하여 모두에게 권하고 싶다는 말씀을 전하면서, 행복을 함께 하고 싶답니다.
 모두가 행복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