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토끼가 잠드는 과정을 보여주며 ‘잘 자요 달님, 잘 자요 생쥐…’ 등 주변을 둘러싼 것들에게 밤인사를 전한다. 아이와 함께 읽을 때에는 실제 방 안 의 사물을 하나씩 넣어가며 ‘잘 자요 이불’, ‘잘 자요 시계’하고 주문을 외듯 읽다가 마지막으로 아이의 이름을 넣어 “잘 자요~”라고 마무리하곤 한다.
「달님 안녕」(한림출판사)도 잠자리에서 읽기 좋은 책이다. 아이는 구름이 달님을 가린 장면에서 안타까워하며“구름 아저씨가 왜 그래?”하고 묻기도 한다. 구름이 걷히고 다시 달이 활짝 웃는 표정으로 등장하면 아이도 안심하고 기뻐한다.
이 책을 함께 읽은 후 밤거리를 걷다가 아이가 “달님이다”라고 외칠 때가 있는데 안타깝게도 달이 아니라 둥근 가로등일 경우가 많다.

책은 재미있는 장난감
지금 네 살인 우리 아이가 좋아했던 책은 고미 타로의「요술 손가락」(문학동네 어린이)이다. 앞표지부터 구멍이 뚫려 있는데 이 구멍이 본문 그림에 따라 사슴 뿔, 펭귄 부리, 악어 이빨이 되기도 한다. 구멍에 손가락을 넣어 움직이면 아이가 까르르 웃기도 하고 직접 구멍에 손가락을 넣는 등 적극적인 반응을 보여 즐겨 읽어줬다.
유아교육 전문가들에 의하면 아이에게 책을 읽어줄 때 가르치려는 욕심을 버리라고 한다. 독서나 학습보다는 놀이로서, 오감을 자극하는 장난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는 말이다. 또 권하고 싶은 좋은 책으로 에릭 칼의 「배고픈 애벌레」(더큰컴퍼니)를 꼽을 수 있다. 알에서 태어난 애벌레가 월요일에는 사과 한 알, 화요일에는 배 두 개, 수요일에는 자두 세 개 등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다. 하루하루 지날 때마다 과일의 종류와 수량이 바뀌면서 페이지 낱장의 크기도 변한다. 벌레가 파 먹은 구멍 갯수도 늘어나는데, 책에 실제 구멍을 뚫었기 때문에 아이가 구멍을 만지며 재미있어 한다. 이 책의 압권은 토요일인데 초콜릿 케이크, 아이스크림, 수박 등 맛있는 것을 잔뜩 먹은 애벌레가 배탈이 난다. 이 장면이 펼쳐지면 아이는 화려한 색감의 음식을 가리키며 무엇인지 묻고, 알고 있는 음식 이름을 대며 즐거워한다. 이어지는 책의 말미에 애벌레는 아름다운 나비로 변신한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벽한 짜임새로 연출된 멋진 그림책이다.

생활습관 즐겁게 익히기
배변 훈련을 할 무렵에는 배변에 관한 책을 여러 권 구입했다. 아이가 가장 먼저 반응을 보인 책은 「응가하자, 끙끙」(보림)이다. 말, 하마 등 여러 동물이 끙끙거리며 변기에 똥을 눈다. 똥 모양도 동물마다 각양각색이다. 끝 부분에 아이가 끙끙 용을 썼지만 똥 누는데 실패하자 동물들이 “괜찮아”라며 격려하고, 아이가 다시 시도하여 성공하는 내용이다. 마지막에 아이가 똥을 눈 후 동물들과 춤을 추며 즐거워하는 부분은 어른이 보기에도 웃음이 나오는 장면이다. 아이가 변기와 친숙해지고 배변 훈련을 즐거운 놀이처럼 받아들일 수 있게 돕는 책이다.
그밖에 양치질 하기, 동생 맞이하기 등 아이의 생활과 밀접한 내용을 다룬 그림책도 유익하다. 유아의 성장발달과정을 고려한 책들을 통해 바른 습관을 자연스레 익히고, 주변을 둘러싼 상황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통계에 의하면 지난 한해 발행된 어린이책 신간이 총 7,352종이다. 수많은 책이 쏟아져 나오는 출판 시장을 비롯해 각종 도서 추천 단체, 블로그, 엄마들의 입소문 등 넘쳐나는 각종 정보 속에서 우리 아이에게 어떤 책을 쥐어줄 지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이때 마음에 둘 것은, 책장에 꽂아둘 많은 양의 책보다 몇 권 안 되더라도 아이와 함께 책을 즐기는 밀도 있는 시간의 질이 중요하다는 점이다. 흔히 ‘아이와 놀아준다’라고 말하지만 ‘놀아주는’ 것은 노력이 필요하고 힘이 드는 일이다. 책 읽는 시간이 ‘아이와 함께 나도 즐겁게 노는’ 경험이 되려면 우선 내 마음에 드는 그림책을 고르는 것이 좋다. 부모인 내 눈에 멋진 그림이든, 내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내용이든 내 마음에 드는 책을 골라야 아이와도 진하게 소통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