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 매년 13,000명의 시각장애인 등록
‘몸이 천 냥이면 눈은 구백 냥’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우리나라에서는 매년 13,000여명이 시각장애인으로 등록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의하면 이중 80% 정도는 적절한 의료적 조치를 받았으면 예방할 수 있는 것이라고 한다. 실명(失明)은 예방이 가능한데도 손 쓸 수 없는 지경에 이르러서야 의사를 찾는 이유는 무엇인가. 수술비가 큰 부담이다. 돈이 없다니?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할지 모른다. 의료급여대상자가 되어 무료진료를 받는다 할지라도 본인이 내지 않으면 안 되는 부분이 있다. 20만원 내지 30만원, 많게는 200여만 원에 이른다. 소득이 전혀 없는 사람들에게는 큰돈이다. 우리 재단은 매년 60여회에 걸쳐 이동 눈 검진을 하고 있다. 연간 12,000여명의 검진 자 중 90%에 이르는 10,000여명에서 눈에 이상이 있는 것으로 발견된다. 이분들의 30% 정도는 한 번도 안과 의사를 찾은 일이 없다고 한다. 이들의 60%가 ‘돈이 없어서’라고 한다.

실명은 천천히 진행되어 본인이 자각할 때는 늦는 경우 많아
실명은 본인이 자각하지 못할 정도로 서서히 진행된다. 백내장은 나이가 들면서 시야(視野)가 조금씩 흐려지니까 나이 탓이거니 하기 쉽다. 그러다가 눈이 안보이게 되어서야 병원을 찾았을 때는 손을 쓸 수 없다. 당뇨병으로 인한 실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당뇨병 환자수를 전 국민의 8% 정도인 400만 명으로 추정하는데, 2003년 건강보험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는 156만 명으로 30%에 지나지 않는다(대한당뇨병학회·건강보험심사평가원 2003). 그러니 당뇨병으로 인한 실명자도 상당수일 것으로 추정된다.
그래서 60, 70년대부터 안과 의사들은 ‘환자가 병원에 왔을 땐 늦을 때가 많으니 기다리는 것보다 직접 지역사회에 나가서 환자를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였다. 이렇게 뜻있는 안과 의사들 중심으로 한국실명예방재단을 설립하였다.

실명은 예방이 중요
눈 관리 습관은 어릴 때부터 길러 주어야 한다. 어린이들이 사고로 실명하는 사례가 많다. 눈을 찌르기 쉬운 송곳, 볼펜, 장난감, 총 등을 조심스럽게 다루도록 이들을 지도하여야 한다. 우리 재단은 어린이집, 유치원, 초등학교에서 ‘초롱이 눈 건강교실’을 운영하여 눈의 소중함을 교육하고 있다. 눈에 위해(危害)를 가할 수 있는 작업을 하거나, 해로운 화학물질을 다룰 때는 보호안경을 착용하여야 한다.
수명(壽命)이 100세인 시대가 온다고 한다. 초장수(超長壽) 시대에 가장 중요한 장기는 눈이다. 이가 없으면 의치(義齒)를 해 넣거나, 팔다리를 잃으면 의수족을 쓸 수 있다. 귀가 안 들리면 필담(筆談)이라도 할 수 있다. 간이나 심장이 망가져도 뇌사자에게 기증받거나 인공장기로 교체할 수 있다. 하지만 눈은 대체재(代替財)가 없다(조선일보, 2010).
그런데도 수술비가 없거나 치료시기를 놓쳐 실명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 재단에서는 매년 3천여 명에게 수술비를 지원하고, 3~6세 어린이 60만 명에 대한 눈 검진, 실명예방교육 등을 시행한다. 정부, 기업 및 단체, 개인의 후원으로 사업이 가능하다. 본 지면을 빌어 후원자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 신언항 회장 약력

신언항 회장은 2009년 10월 한국실명예방재단의 회장으로 취임하였다. 신회장은 1974년 제16회 행정고등시에 합격, 강원도 원성군청 수습으로 공무원 생활을 시작하여 연금정책과장 등, 2003년 3월 보건복지부차관으로 퇴임할 때까지 보건복지부의 주요 직위를 두루 거쳤다. 이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원장, 건양대학교 보건복지대학원 원장을 역임하였으며, 지금은 보건산업최고경영자회의 공동회장을 맡고 있는 등 활발한 사회 활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