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에 대한 갈증이 컸고, 욕심이 많았던 때에 영화 출연 제안을 받았어요. 김기덕 감독이 썼고, 연출은 다른 감독이 하는 작품이다, 시나리오를 한번 읽어봐라 해서 보게 됐어요. 그리고는 완전히 반했죠. 그걸 놓치면 바보라고 생각했어요. 무조건 (출연)한다고 했어요. 전재홍 감독을 만났는데, 다짜고짜 하는 말이 ‘합시다’였어요. 저는 ‘예’ 했죠.”
‘풍산개’에서 윤계상은 휴전선을 넘나들며 사람과 물건을 남북의 사람들에게 전하는 수수께끼의 남자 풍산역을 맡았다. 국정원의 협박성 의뢰를 받은 풍산은 남측으로 망명한 북측 고위 간부의 애인(김규리)을 남으로 데려오게 되는데, 죽을 고비를 함께 겪는 과정에서 남녀 간 애틋한 호감이 생기게 된다. 그러나 남북의 엇갈린 이해는 이들의 사랑을 비극으로 몰아간다. 극중 대사 한마디도 없고 남측인지 북측인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풍산은 세상의 질서에 길들여지지 않은 유령같은 남자다. 윤계상은 사랑하는 여자와 자기만의 세계를 위해서 세상과 맞서는 한 남자의 순수한 내면을 다양한 표정과 액션으로 보여줬다.
‘최고의 사랑’에서의 부드러운 남자, ‘풍산개’에서의 강한 남자. 실제의 윤계상은 어느 쪽일까.
“저는 절대로 남의 행복을 위해서 내가 사랑하는 여자를 양보하진 않을 거에요. 윤필주를 연기하면서는 정말 답답한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저라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원하는 것을 얻는 편이에요.” 원하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도전하고 부딪치지만, “그렇다고 확률 제로의 게임은 안 한다”는 것이 그의 말이다.
그렇게 보면 최근 영화와 드라마에서 윤계상의 승부수는 맞아 떨어진 셈이다. 매번 출연작마다 흥행에 고전을 하다가 이번 드라마에선 인기를 얻었고, 영화에선 ‘배우로서 재발견’이라는 평을 들었으니 말이다. 윤계상은 연기에 대한 열망이 그랬듯이, 지금은 연애도 ‘바로 그 때’라고 생각한다.
“빨리 사랑하고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어요. 연기를 하면서 속상할 때가 많은데 그 때마다 누군가는 잡고 얘기하고 싶거든요. 친구라면 ‘그게 뭐 고민이라고 하냐?’고 할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정말 힘들겠다’고 해주지 않겠어요? 또 지금 결혼하지 않으면 너무 늦을 것 같다는 위기감도 듭니다. 마음 맞는 사람 만나면 바로 결혼하고 싶어요. 술먹고 휘청거리던 형이나 선배들이 결혼해 안정을 찾고 일에 대한 열정을 더 커지는 것을 보면서 더욱 그런 마음이 들죠. 지금이 저에겐 연애 타이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