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네트워크가 화제의 중심에 선 건 최근의 일이다. 하지만 사람과 사람을 온라인으로 묶는 ‘사이버 연결망’은 1990년대 중반 이후 단 한 순간도 이슈에서 벗어난 적이 없다. 오프라인이 아닌 새로운 세상이 처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온 건 1990년대 중반이다.
천리안, 하이텔 등의 이름으로 집안 전화선을 완전히 장악한 그때 그 시절의 사이버 연결망은 오프라인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세계를 열어주었다. 당시 네티즌이라는 새 신분을 부여받은 우리들은 익명성에 환호했다. 온라인은 현실의 시공간에 따른 제약뿐만 아니라, 대한민국을 지배하는 장유유서의 철칙까지 허물어버렸다. 온라인에서 우리는 남녀노소와 신분고하가 거미줄처럼 얽힌 현실을 벗어나 새로운 형태의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었다. 우리의 새로운 정체성은 ‘아이러브스쿨’ 등의 커뮤니티, ‘세컨드라이프’ 등의 가상현실, ‘리니지’ 등의 ‘RPG(롤플레잉게임)’ 등으로 확장되어 나갔다.
그런데 문제는,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 이질감이 있다는 사실이다. 온라인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아이디와, 오프라인에서의 이름은 결코 통합될 수 없었다. 다른 형태의 온라인을 적절히 활용하는 데 실패하고, 온라인 세상에만 매몰되는 사회부적응자가 다수 양산되었다. 2000년대 들어 ‘폐인’이라는 용어가 얼마나 빈번하게 사용되는지만 생각해봐도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서 현실감을 상실한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지 짐작할 수 있는 노릇이다. 사람과 사람을 잇는 전통적인 네트워크는 테크놀로지에 파괴되는 듯 보였다. 하지만 최근 대두되는 ‘소셜 네트워크’는 이런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해준다. 웹의 세상에서 온라인과 오프라인 사이에는 너무 깊고 넓은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물리적으로도, 우리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을 때에만 랜으로 누군가와 연결될 수 있었다.
최근 이슈가 되는 미투데이, 페이스북, 트위터도 온라인 네트워크 서비스의 이름이다. 하지만 오프라인에 뿌리를 뒀다는 점에서 기존의 네트워크 서비스와는 차별화된다. 버스를 타고 가던 중 교통 체증을 겪었다고 예를 들어보자. 소셜 네트워크 이전의 온라인 유저는 길이 막혀 고생한 이야기를 ‘경험담’ 형식으로 사람들에게 풀어놓을 것이다. 경험과 경험담, 오프라인에서의 체험 시간과 온라인에서의 이야기 사이에는 물리적인 거리감이 존재한다. 하지만 소셜 네트워크의 세계는 다르다. 길이 막힌다는 정보는 쉬지 않고 리트윗되면서 팔로어에게, 팔로어의 팔로어에게 전달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이 하나로 통합되는 것이다. 단순한 교통 체증이 아니라 사고 상황이라면 소셜 네트워크의 중요성이 더욱 커진다. 소셜 네트워크의 사용자는 온라인으로 전달 받은 정보를 듣고, 오프라인 속으로 뛰어들어 현실적인 도움을 건넬 수도 있다. 미투데이, 페이스북, 트위터 등의 가장 큰 특징인 ‘짧은 메시지’도 같은 이유에서 해석할 수 있다. 과거의 온라인 네트워크에선, 현실에서 털어놓기 힘든 넋두리를 채팅창에 풀어놓기 위해 ‘긴 메시지’가 필요했다. 하지만 모바일 등의 환경에서 실시간으로 주고받는 정보는 복잡하지 않아야 한다. 오프라인과 실시간으로 연동되니까 복잡한 정보는 오프라인에서 건네도 충분하다.
그러니까,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에서 방점이 찍힌 곳은 ‘네트워크’가 아니라 ‘소셜’이다. 기존의 (오프라인) 세계와 결별된 신세계가 아닌,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통합하고 있다는 점에서 소셜 네트워크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2012년 선거와 맞물리면 소셜 네트워크의 중요성은 더욱 부각될 것이다. 그렇다고 소셜 네트워크의 정치적 가능성에만 집중하는 건 옳지 않다. 그보단 온라인 세계의 디지털 신호도 결국 우리 발아래의 아날로그 현실과 통합된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되새겨보는 게 훨씬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