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남도 담양군은 초록의 도시이다. 고속도로를 나서 담양으로 진입하면 눈 닿는 곳 어디에서나 초록을 만날 수 있다. 그중 제일 먼저 만나는 것은 어디에서나 만날 수 있는 대나무 숲이다. 담양의 대나무 숲은 드라마, 영화, 광고의 배경이 되어 종종 화면 속에 등장한다. 대나무 숲만큼이나 자주 화면에 등장하는 곳이 또 있다. 메타세쿼이아 길이다. 옛길과 어우러진 가로수 아래를 산책하거나 승용차를 타고 지나는 장면들이 촬영되었다. 죽녹원과 메타세쿼이아 가로수 사이에는 오랜 세월 담양을 지켜온 관방제림이 있다. 아름다운 숲길을 완성시키는 장소다.

이보다 더 좋은 대숲은 없다, 죽녹원
담양군 담양읍 향교리 담양천변에 자리한 죽녹원은 담양 대나무 숲의 대표공간이다. 2003년 5월, 담양군이 담양천과 맞닿은 성인산 자락의 오래된 대숲을 사들여 약 16만m2를 대나무공원으로 만들었다. 죽녹원으로 들어서는 계단을 올라 매표소를 지나면 보이는 모든 곳에 대나무가 있다. 이곳에서 촬영된 대표적인 작품은 월남전을 배경으로 한 영화 「알포인트」다. 최태인 중위와 병사들이 실종된 전우를 찾아 대나무 숲을 탐색하던 장면이다. 촬영 장소에는 촬영 당시 감우성이 썼던 철모가 세워져 있다. 그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1박2일」 촬영지라는 푯말이 서있다. 푯말 아래 벤치에 앉아 눈을 감고 천천히 숲에 집중해보자. 바람이 대숲을 지나며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리를 들을 수 있다.

/죽녹원에서 영화 ‘알포인트’가 촬영된 곳

죽녹원에는 다양한 산책로가 있다. 산책로는 운수대통길, 사랑이 변치 않는 길, 죽마고우길, 추억의 샛길, 성인산 오름길, 철학자의 길, 선비의 길 등으로 이름 붙여졌다. 완만한 경사로를 따라 이어지는 이 길들을 걷는 동안 따가운 햇살은 찾아볼 수 없다. 하늘을 향해 쭉쭉 자라 오른 댓잎이 햇살을 가려 길 조차 어둡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대숲 안의 온도는 숲 밖의 온도보다 4~7도 정도 낮아 서늘하다. 대나무가 쏟아내는 음이온과 산소도 가득하다. 천천히 대숲을 걷다보면 저절로 머리가 맑아지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까닭이다.

숲에 심은 나무는 푸조나무와 느티나무, 팽나무, 벚나무 등의 활엽수이다. 모두 뿌리를 깊고 길게 뻗어 서로 둑을 튼튼하게 해주는 나무들이다. 당시 700여 그루를 심었다 전해지지만 지금껏 남아 둑을 지키고 있는 것은 400여 그루다. 천연기념물로 지정된 구역에는 180여 그루의 노거수가 자라고 있다. 수령 300∼400년의 고목이 즐비하니 그늘도 넓다. 나무그늘 아래에는 벤치와 평상이 놓여있어 책을 읽거나 오수를 즐기는 마을사람들을 종종 볼 수 있다. 함께 여행간 친구나 가족과 이야기를 나누기에도 좋은 장소이다. 여행지의 추억을 담은 아름다운 사진도 촬영해보자. 내 마음속에 오래 기억되는 특별한 장소가 되어줄 것이다.

/메타세쿼이아 길에 안개가 내려앉은 모습

/관방제림에서 자전거 하이킹을 즐기는 모습

담양관광의 아이콘이 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길
관방제림을 따라 동쪽으로 1.8km를 걸어가면 담양과 순창을 잇는 옛 국도변에 가로수 메타세쿼이아 나무들을 만난다. 나무의 수령은 30년 남짓.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지만 아름드리 거목이 되었다. 메타세쿼이아는 나무 모양도 아름답다. 원뿔모양의 나무가 길게 이어지는 모습은 보는 것만으로도 이국적이다. 그래서인지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이 길은 수많은 영화와 드라마, 광고의 촬영지로 각광받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영화 「와니와 준하」, 「화려한 휴가」다. 도로의 느낌은 그대로이지만 포장을 걷어내 흙길로 만든 것도 특징이다. 덕분에 여행자들은 화면 속 배우처럼 그들만의 추억을 카메라에 담으며 천천히 산책할 수 있게 되었다.
자동차로 이 숲길을 찾아가면 주차할 곳을 찾기 어렵다. 메타세쿼이아 길 뒤쪽에 있는 학동마을을 이정표 삼아 찾아갈 것. 마을에 도착하기 전 오른쪽으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 앞에 가로수 길로 내려갈 수 있는 입구가 있다. 천천히 길을 따라 걷다 되돌아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