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智異山). 산을 아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동경하는 단어일 것이다. 지리산종주를 해야만 진정한 산악인이라는 이야기도 있을 정도다. 지리산을 글자 그대로 풀어 보면 '지혜로운 이인(異人)의 산'이다. 그 이름 때문일까? 지리산에는 여느 산보다 많은 은자들이 도를 닦으며 정진하여 왔다고 전해진다. 지리산 골짜기에 꼭꼭 숨어든 은자는 그 수를 추정하기 어려울 정도였다고 한다.
지리산은 예로부터 금강산, 한라산과 함께 삼신산(三神山)의 하나로서 민족적 숭앙을 받아온 민족 신앙의 영지(靈地)였다. 천왕봉에서 노고단에 이르는 주능선의 거리가 25.5km로 60리나 되고, 둘레는 320여km로 800리쯤 된다. 지리산의 너른 품안에는 1,500m가 넘는 20여개의 봉우리가 천왕봉(1,915m), 반야봉(1,732m), 노고단(1,507m)의 3대 주봉을 중심으로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20여개의 긴 능선이 있고 그 품속에는 칠선계곡, 한신계곡, 피아골, 뱀사골 등 큰 계곡뿐 아니라 아직 이름을 얻지 못한 봉우리나 계곡도 많다. 경남의 하동, 함양, 산청, 전남의 구례, 전북의 남원, 이렇게 3도 1시 4군에 걸쳐 있는 지리산은 이질적이고 다양한 각 지역 문화의 이유이기도 하다. 지리산은 단지 크고, 깊고, 넓은 것만으로 설명이 안 되는 무언가가 있는 매력적인 산이다.



지리산 자연휴양림에 도착하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힘차게 솟아 있는 지리산주봉 중의 하나인 형제봉이다. 지리산의 가장 남쪽 봉우리로 양쪽으로 우뚝 솟은 바위의 모습이 마치 우애 깊은 형제의 모습과 비슷하다고 하여 형제봉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 그 봉우리에 둘러싸인 지리산휴양림은 덩치 큰 남성같은 투박함이 느껴지는 곳이다.
지리산휴양림에 가면 지리산 주봉을 올려보고 감탄하고, 계곡을 내려보고 또 한번 감탄한다. 지리산휴양림의 계곡은 국립자연휴양림 중에서 손꼽힐 정도로 수량(水量)이 많고 아름답다. 뿐만 아니라 각양각색의 큰 바위들이 계곡의 정취를 더해준다. 여름철에도 계곡물에 5분 이상 발을 못 담그고 있을 정도로 수온이 낮아 유독 피서객들에게 인기가 좋다.
그렇다면 과연 지리산의 정기를 받고 흘러내리는 계곡물의 맛은 어떨까? 이제껏 먹어본 물맛 중 단연 최고라는 사람이 많다. 지리산휴양림에 머물게 되면 물을 사서 마시지 말고 꼭 지리산 정기가 담겨진 계곡물을 객실에서 맛보아야 한다.

볼거리는 낮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이 밤에도 지리산을 아름답게 밝힌다. 별빛이 얼마나 밝은지 가로등을 켜지 않아도 사물을 확연히 분간할 수 있을 정도이다. 특히, 여름밤 쏟아질 듯한 은하수는 경이로움 그 자체이다. 평상에 누워 은하수를 보고 있노라면 새벽이 언제 찾아오는지 조차 모를 지경이다. 지리산휴양림 안에서 볼거리도 많지만 지리산 주변 관광지 또한 셀 수 없을 만큼 많다. 우리나라 3대 계곡 중의 하나인 칠선계곡을 비롯해, 노고단, 상림, 서암정사, 실상사, 광한루원 등이 모두 1시간 이내 거리에 위치하고 있다. 지리산휴양림에 묵으면서 지리산 둘레길 안내, 한지 체험 등의 다양한 프로그램에도 참여하고 주변 관광지를 두루두루 둘러보려면 적어도 2박3일의 시간은 들여야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