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초여름부터 고질인 냉방병이 재발하여 대중교통을 이용하기가 무척 힘들었습니다. 어느 날 지하철로 출근 하는데 객실 냉방 때문에 숨이 가쁘고 기침이 멎지 않아 중간역에 내려 세 번의 열차를 보내고 간신히 회사에 지각 출근하였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이렇듯 여름이 되면 일상생활에 지장이 되어 병원의 호흡기 센터를 방문하였습니다. 담당의사 선생님은 차량매연으로 인한 대기오염 때문에 기관지 과민 반응 증세가 와서 숨이 가쁘고 폐활량도 줄어 체중이 감소한 것으로 진단하였습니다. 평소 체중보다 약 7kg 감소된 저에게 “건강을 회복하려거든 공기 맑은 곳에서 폐활량을 늘려야 한다”고 하였습니다.
반세기 동안의 도시 생활을 접고 전원생활을 시작한 곳은 큰 사위 고향이었습니다. 그곳에는 사돈 내외분이 생존해 계셨을 때 거처하셨던 농가 주택이 있었습니다. 농가 주택을 수리하였더니 새 아파트에 입주한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그곳에는 텃밭 200㎡이 있어 소일거리 하기에 안성맞춤이었습니다. 지난해 난생 처음 재배한 배추 900포기와 무 100개를 재배하는 즐거움이 전원생활을 실감나게 하였습니다. 이렇게 재배한 채소를 네 자녀에게 보내주고도 우리 부부가 먹을 김장이 남아서 흐뭇했습니다. 헛간에 기르던 애완견 세 마리의 보금자리를 만들어 주고 닭장에는 수탉 한 마리와 암탉 네 마리를 기르고 있는데 매일 아침이면 “꼬끼오”하는 수탉의 울음소리가 상쾌한 하루를 열어줍니다. 그리고 옥상에 올라 동녘하늘을 바라보고 맑은 공기를 마시며 운동을 하는 것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밝을 녘 때쯤 집 주위를 살펴봅니다. 마을 북쪽은 거문고를 닮아 유래된 금산(琴山)이 높다랗게 누워있고, 남쪽은 바둑판처럼 정돈된 드넓은 들녘이 내 소유인 듯 풍요롭습니다. 들녘 건너편 병풍산은 여덟 폭 병풍처럼 펼쳐있고 그 기슭에는 옹기종기 마을이 자리 잡고 있습니다. 그리고 천년 고찰 대흥사를 품은 두륜산에서 발원한 삼산천은 넓은 들녘의 젖줄입니다. 이렇게 조화로운 천혜의 곡창인 해남군 삼산면 금산마을이 제가 정착한 땅끝 마을입니다. 도회지에서 동경하던 전원생활을 만끽한 지 어느 덧 10개월이 지났습니다. 공기 좋은 곳에서 생활하다 보니 기침이 멈추고 체중이 5kg 회복되었습니다. 그리고 머리카락이 새로 자라고 있어 명약이 따로 없는 듯합니다.
요사이 저의 갑작스러운 시골생활이 궁금한 친지들의 안부 전화를 받습니다. 생활비 조달은 어떻게 하는지 등 저의 처지를 걱정하는 말씀을 많이 합니다. 저는 매월 국민연금을 받아 생활한다고 당당하게 말합니다. 그리고 저의 배우자도 특례노령연금을 받고 있습니다. 생활비중 주식비는 제가 부담하고 부식비는 배우자가 부담하고 있는데 각자의 명의로 된 신용카드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월 말일 입금된 국민연금으로 카드 대금을 결제하고 있습니다. 이렇듯 국민연금 덕택에 노후생활비 걱정하지 않고 전원 생활을 하며 여생을 보내게 되어 매우 행복합니다. 또한 텃밭에 재배한 채소와 암탉이 낳는 달걀이 생활비를 절약하는데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여기 전원생활의 생활비는 대도시 생활비의 50% 정도로도 가능합니다.
저희 부모님세대는 이렇게 좋은 제도의 혜택을 받지 못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짧은 사회보장 역사 때문에 혜택에서 소외된 노인들을 돕는 것이 국가발전을 위해 공헌하신 그분들에게 조금이나마 보답하는 길이라 생각하여 2003년 1월 아름다운 재단에 ‘은빛겨자씨 기금’을 창설했습니다. ‘은빛겨자씨 기금’은 국민연금 1%를 꾸준하게 기부하는 운동입니다. 그런데 어떤 분은 좋은 취지에 공감하여 많은 금액을 기부한 사람도 있었습니다. 처음 기금 창설 당시 저의 직장에서도 1천만원을 기증하였습니다. 이렇게 모금된 금액이 지난 2010년 말 현재 누적기금이 10억원을 상회하였습니다. 적립된 기금으로 전국 각지의 228개 복지관을 통해 현행법상 정부의 손길이 닿기 어려운 독거노인 1만2천여명(연인원)에게 도움을 드렸습니다.
좋은 행동은 습관이라고 합니다. 저도 다른 사람을 기쁘게 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서울에서 지하철을 타고 갈 때면 목적지까지 가는 절반은 앞에 서있는 승객에게 자리를 양보했습니다. 남을 위해 베풀면 기분도 좋아집니다. 기부도 마찬가지입니다. 제가 가진 것이 넉넉해서 베푸는 것이 아니라 저보다 어렵고 힘들게 사는 사람에게 제가 가진 것을 조금 나누어 주는 것뿐입니다. 이와 같은 행동은 마음만 먹으면 곧 실천할 수 있는 좋은 습관입니다. 이렇게 여러 사람의 좋은 습관이 쌓여서 ‘은빛겨자씨 기금’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요즘 뉴스를 보면 유류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지하철을 이용하는 승객이 많아졌다고 합니다. 지하철에서 자리를 양보하는 좋은 습관을 가진 젊은이들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어느 저명한 언론인이 저와 ‘은빛겨자씨 기금’에 관한 이야기를 쓰시면서 “성공이란 무엇인가” 외국 시인의 시를 인용하였습니다. 저도 이 시를 무척 좋아 합니다.
“자신이 태어나기 전보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어 놓는 것 / 자신이 한 때
이곳에 살았으므로 해서 단 한 사람이라도 숨쉬
기 편하게 하는 것 / 이것이 진정한 성공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