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창한 봄날, 인천광역시 중구는 여행자들로 붐빈다. 이야기를 담은 중구의 명소들이 여행자들을 유혹하기 때문이다. 중구를 대표하는 이야기 명소는 차이나타운이다. 이곳에 근대 개항기의 문화를 엿볼 수 있는 장소들이 남아있다. 청일조계지계단을 중심으로 좌우에 자리한 중국인거리와 일본식 건축물들이다. 여기에 드라마 「드림하이」에서 스타사관학교인 기린예고로 등장했던 인천아트플랫폼이 더해지면서 중구는 꼭 가봐야 할 명소가 모인 관광특구가 되었다.

젊은이들의 꿈을 품은 공간, 인천아트플랫폼
「드림하이」는 최고의 가수를 꿈꾸는 청소년들의 성장기를 다루며 2011년 초반을 뜨겁게 달군 드라마이다. 고혜미 역의 수지, 송삼동역의 김수현, 진국 역의 택연, 윤백희 역의 은정, 제이슨 역의 우영, 김필숙 역의 아이유 등 드라마의 주연들도 화려하다. 송삼동 역의 김수현을 제외하고 나머지 주연들이 모두 데뷔해 인기를 얻고 있는 가수이다. 그러니 드라마가 방영되는 동안 이들이 부른 노래가 화제의 중심으로 떠오른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떠오른 것은 노래뿐이 아니다. 드라마의 촬영지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그중 인천광역시 중구 해안동에 자리한 인천아트플랫폼은 가수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고군분투를 보여주던 기린예고로 등장했다. 주인공들이 기린예고에 입학하기 위해 오디션으로 보러가는 장면, 입학 허가를 받았다며 좋아하던 장면, 제이슨과의 노래대결에서 지고 밖으로 뛰쳐나간 삼동을 따라 나온 혜미가 나무의자에 누워있는 삼동에게 ‘너 거기 계속 누워있으면 입 돌아간다’고 말하던 장면 등 무수히 많은 장면들이 이곳에서 촬영되었다.

인천아트플랫폼은 근대와 현대가 섞인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아내는 공간이다. 이런 공간을 갖게 된 것은 구 일본우선주식회사(등록문화재 제248호)를 비롯한 근대 개항기 건물 덕분이다. 1930~1940년대에 지은 건물 13동을 리모델링한 것. 각 건물은 창작스튜디오, 공방, 자료관, 교육관, 전시장 등으로 사용된다. 이중 누구나 들어가 볼 수 있는 공간은 교육관과 전시장, 공연장 등이다. 나머지 공간은 입주작가들의 작업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입주작가들이 만든 작품은 공간 곳곳의 볼거리를 풍성하게 해준다. 나무벤치에 앉아 누군가를 바라보고 있는 여인, 땅 위로 솟아난 커다란 수도관, 늘 푸른 나무를 형상화 한 듯 솟아 있는 작품 등은 카메라를 통해 이곳을 찾은 여행자들의 추억 속에 자리 잡는다. 좀 더 가까이에서 작가들을 만나고 싶다면 일일 체험프로그램에 참여해보자. 일일체험이 이루어지는 곳은 도자기공방과 금속공예공방이다. 인천아트플랫폼 홈페이지(재)인천문화재단 032-760-1000, www.inartplatform.kr)를 통해 예약 후 찾아가야 한다.

근대건축물기행의 시작점, 청일조계지경계계단
개항이 되면서 우리나라가 일본을 선두로 청국?미국?영국 등 여러 나라와 통상조약을 맺자 이들이 들어와 살며 일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게 되었다. 이런 필요에 따라 이들이 살 수 있도록 땅을 빌려준 것이 외국인전용거주지인 ‘조계’이다. 당시 각국 조계들이 형성되어 있었으나 지금은 청국과 일본의 조계 흔적만을 찾을 수 있다. 청국과 일본의 조계가 나뉘는 곳에 있는 계단이 청일조계지계단이다 계단을 중심으로 왼쪽에는 중국거리인 차이나타운이, 오른쪽으로는 일본근대건축물이 가득한 일본거리가 이어진다.
계단에서 오른쪽으로 가면 일본영사관으로 사용되었던 중구청(등록문화재 제249호) 앞쪽에 구 인천 일본18은행지점 (시지정유형문화재 제50호)이 자리하고 있다. 인천개항장 근대건축전시관으로 사용되는 이 건물은 1890년 10월에 지어졌다. 이곳에서 개항당시의 인천항풍경, 각 조계지의 풍경을 비롯해 1920년대 인천중구의 모습과 현존하는 근대건축물 등을 살펴볼 수 있다.

인천의 성냥공장과 공화춘을 기억하는 공간, 인천근대박물관
청일조계지계단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길을 따라가면 인천의 근대를 기억하는 공간이 있다. 작은 공간이지만 전시물들이 빼곡하게 자리하고 있는 인천근대박물관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2층에 전시된 성냥들과 공화춘에서 사용되었던 집기들이다. 성냥공장은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라이터가 보편화되기 전까지 인천을 대표하던 산업이었다.

석유곤로를 사용해 밥을 짓던 시절엔 어느 집이나 부엌 한편, 방 한편에 자리하고 있던 것이 성냥이다. 성냥은 그만큼 수요량도 많았다. 뚜껑에 당대의 내로라하는 여배우 사진이 장식한 것도 그런 까닭이었을 것이다. 하지만 가스레인지가 부엌을 점령한 지금, 성냥을 구하는 것도 어렵다. 인천에서도 한 곳에서만 생산한다고. 박물관에는 당시 생산되었던 다양한 종류의 성냥들이 전시되어 있다. 우리나라 자장면의 효시로 알려진 공화춘의 국자, 칼, 그릇, 주렴 등의 집기들을 살펴보는 것도 즐겁다. 1층에 전시된 개항기의 다양한 자료들도 살펴볼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