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자식들은 엄마에게 원죄를 안고 있었다. 스스로를 아프고 슬프게 하는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한 것은 순전 작가 신경숙의 글솜씨 때문이었다. 그게 아니면 누구나의 엄마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책을 만난 건 꽃이 찬란하다 비에 떨어졌고, 발에 밟히던 2년 전 봄날, 과천의 어느 벤치였다.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짧은 호흡으로 시작된 소설은 실종된 엄마를 찾아 헤매던 주인공이 피에스타 상을 보고 '엄마를 부탁해'라고 말하며 끝났다. 그리고 오랜만에 내 어머니께 전화를 했다. 아무 일이 없다는 대답에 안심했고, 잊었다. 아직은 벚꽃이 찬란한 과천의 2011년 4월, 그의 책 「엄마를 부탁해」 소식이 다시 들려왔다.

2011년 4월
기사의 내용인 즉, 미국에서 출간된 신경숙 작가의 소설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 첫 주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올랐다는 것이다. 영어로 번역된 한국 소설이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린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 책의 영문판은 나 개인에게도, 한국 문학으로서도 미국에 내리는 첫눈일 거예요. 이 첫눈 위로 또 다른 아름다운 눈들이 풍성하게 쌓이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라고 그는 말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오르기 얼마 전 그의 책은 아마존닷컴의 베스트셀러에서도 26위를 기록했다. 미국 최대 서점 체인인 반즈앤노블은 「엄마를 부탁해」를 올해의 주요 신간 15선에 선정했다. 작가 신경숙은 짧게 말했다. “「엄마를 부탁해」 속 엄마가 가진 상징성이 국경 너머 독자들에게 갈 수 있다면 작가로서 행복한 일이겠죠.”

2009년 9월
그의 책 「엄마를 부탁해」가 출간 10개월 만에 100쇄 100만부를 돌파했다.

2009년 4월
한림대학교를 찾은 작가 신경숙은 “15살에 고향을 떠나며 작가가 되면 언젠가 엄마에게 바치는 헌사를 쓰마고 했던 약속을 30년 만에 지켰다.”고 말했다. “고교 진학을 위해 밤기차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길에 옆자리의 엄마가 꾸벅꾸벅 졸고 계신 모습을 봤어요. 그 때의 엄마가 너무 외롭고 고단해 보여 작가의 꿈을 이루면 꼭 이 작품을 쓰자고 다짐했었지요.”
「엄마를 부탁해」의 화자는 4명이다. 딸과 아버지는 2인칭으로, 아들은 3인칭으로 이야기를 한다. 그는 “그간 희생하며 살아왔던 엄마에게만 1인칭을 주고자 했다.”고 말했다. 그리고 ‘엄마를 잃어버렸다’는 첫 문장은 시대가 잃어버린 엄마에 대한 배려를 뜻한다고 전했다. 흔히 엄마들이 딸에게 ‘나처럼 살지 마라’고 말씀하시는 건 그렇게 열심히 살아왔어도 결국 스스로의 삶을 사랑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아픈 말이라고 했다.

2009년 2월
그의 책이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 3달만에 35만권이 팔렸다. “이런 반응 기대 못했어요. 더군다나 모든 일이 굉장히 어려운 시대잖아요. 늘 어렵다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런 결과가 나오니까 좀 조심스럽고 미안한 생각이 드는 거예요. 왜냐면 어려운 서민들은 서민들대로 젊은 층은 젊은 층대로, 노인층은 노인층대로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고비를 넘기기 위해서 살아가고 있는데 나도 뭔가 잘 그런 마음인데…… 기분이 묘했어요.”라고 한 인터뷰에서 말하며 그는 자축을 자제했다.
또 다른 인터뷰에선 소설의 엄마가 파란 슬리퍼를 신고 발에 피를 흘리면서 돌아다니는 대목도 너무 심한 것 같아 현실 속의 엄마 같지 않다고 지적했다. 엄마가 너무 이상화돼 있어 거의 성녀같기도 하다는 지적도 했다. “파란 슬리퍼를 신고 발에 피를 흘리면서 돌아다니게 하는 게 과하다구? 이 소설에선 중요한 상징일 뿐이지만 현실은 더할걸요. 잃어버린 게 아니라 내다버리는 사람들이 숱한 게 현실이지. 현실이 더 과해요. 엄마의 말과 행동이 이상화되어 있다는 시각도 나로선 동의가 가지 않아요.”

2008년 11월
작가 신경숙은 장편소설「엄마를 부탁해」를 출간했다. “내 엄마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이 세상 모든 엄마들의 이야기이기도 합니다. 엄마가 있는 분에게도, 없는 분에게도, 그리고 엄마인 분들에게도 누구에게나 위로가 되는 이야기였으면 합니다.”
소설에서 가족들이 알지 못했던 ‘가족 바깥의 엄마’는 엄마나 아내가 아닌 ‘박소녀’라는 이름으로 존재한다. ‘박소녀’는 십여 년 전부터 고아원을 돕고 있었고, 오랜 기간 애틋한 사랑도 하고 있었다. 태어나면서부터 엄마고 아내였던 것이 아니라 한때는 아이였고 소녀였으며 가족 바깥에서 한 여자이고 인간인 모습을 보여주려 했다.

1996년
문과대 1학년이었던 나는 작가 신경숙의 「외딴방」을 읽었다. 주인공 ‘나’가 열여섯 살에서 스무 살까지 시골에서 올라와 구로 공단에 살면서 공장 일을 하며 고등학교에 다녔던 시기를 회상한다. 외사촌 언니와 함께 고향을 떠나 서울로 온 주인공은 낮에는 일을 하고 밤에는 학교에 다니는 큰오빠와 함께 가리봉동의 ‘외딴 방’에 기거하며 동남전기주식회사에 다닌다. 주인공은 대부분의 여직공이 그러했듯 열악한 환경에서 고된 노동을 하고, 가난과 절망에 시달렸지만 향학열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힘들게 야간 학교에 다닐 수 있게 된다. 그러던 중 만난 희재 언니는 가난하고 불우한 일상을 보내야 했던 젊은이들을 대변하는 인물처럼 그려지고 있는데, 희재의 자살을 통해 주인공은 비로소 자신만의 외딴 방에서 탈출한다.

1963년
그의 어머니는 전북 정읍에서 신경숙을 낳았다. 정읍여중을 졸업했고 구로공단에서 노동하며 영등포여고 야간부 산업체특별학급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했다. 회사의 부도로 실직했다. 1982년 서울예술전문대학교 문예창작과에 입학했다. 그리고 그가 받은 수많은 상은 생략한다. 내가 작가 신경숙의 작품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 전의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고생 끝에 성공하기도 하지만 고생이 밑거름이 되어야 성공하는 건 글쟁이 숙명인지도 모른다. 작가 신경숙의 글은 작가 신경숙이어서 애틋하다. 작가 신경숙은 작가 신경숙의 글이어서 사뭇 독자를 아프게 한다. 지나온 아픔을 되새김질해 또 다른 아팠던, 아플지 모르는 이들과 나눈다는 것은 작가와 독자 모두에게 상처를 치유하는 성스러운 행위임에 분명하다.